"해리스, 우리 말 들어 달라"…美전대장 옆 '친팔레스타인' 집회 [르포]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대관식’으로 여겨지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된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바로 옆 유니언 공원에 집결한 수천명의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이 연신 이런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학살을 멈추라’, ‘하나님은 종전을 원한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시위 과열에 따른 폭력 사태 발생이 우려됐으나, 이날 집회는 물론 뒤이은 거리 행진에서도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폴리스 라인을 형성했고, 경찰 병력 뒤로는 일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소규모 맞불 항의 집회를 벌이는 정도였다.
“트럼프는 가망 없어 해리스에게 왔다”
공원에서 만난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는 우리의 말을 들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대화할 여지가 있는 해리스의 변화를 기대하고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시카고 시민이라고 밝힌 제시카 윌슨은 “해리스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든 정부가 해왔던 전쟁지원 시스템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전당대회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하기로 한 것은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우리의 말을 듣게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해리스가 전쟁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집회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해리스에 대한 강한 지지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덜 나쁜 쪽에 투표할 것”
중동 사태의 당사자인 아랍계들의 입장은 조금 더 과격했다. ‘팔레스타인 저항군의 승리’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던 오마르 아시프는 “인종차별주의자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트럼프는 구제불능”이라며 “만약 해리스도 대량학살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해리스 역시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프는 이어 “아랍계들에게 이번 선거는 현실적으로 ‘덜 나쁜 후보’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다”며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가진 유일한 힘은 표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최측은 이날 시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 사태 등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질서유지팀을 운영했다. 질서유지팀에 자원했다는 디트로이트 출신의 한 남성은 “신원을 밝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이름을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시위는 일부 언론에서 우려하는 폭력 집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끝까지 완벽한 평화 집회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부 기독교 단체 “이슬람은 악마”
실제 질서유지팀은 현장에서 돌발 사태에 적극 개입했다. 일부 강경 기독교 원칙론자들이 확성기를 사용해 “이슬람은 악마”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는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하자, 질서유지팀은 즉각 참가자들을 진정시키며 긴장을 끌어내렸다.
당초 주최측 예상(최소 2만명 이상)과 달리 실제 참가자 수는 수천명 수준에 그쳤다. 시위대는 시카고시가 허가한 구간을 따라 행진을 벌였다. 다만 시위대 중 일부가 전당대회가 열리는 유나이티드센터 인근의 철책을 뚫고 넘어가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잠시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시위가 끝이 아니다. 미 전역의 200여 진보 단체가 참가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로 행진’(DNC 행진)은 해리스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오는 22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카고=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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