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5위 경쟁, '추격자'들이 유리한 이유
[양형석 기자]
지난 한 주 KBO리그의 순위 경쟁이 또 한 번 요동쳤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불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잠실 3연전은 올해 LG에게 절대 강세를 보인 KIA가 또 다시 스윕을 달성하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한편 3연전 내내 KIA에게 1승도 거두지 못한 LG는 선두를 추격하긴커녕 NC 다이노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 3연승을 거둔 삼성 라이온즈에게 2위 자리도 내주며 3위로 내려 앉았다.
사실 KIA의 독주가 어느 정도 굳어지고 있는 선두 싸움보다 더 흥미로운 경쟁은 바로 네 팀이 격돌하는 5위 싸움이다. 지난 주 한화 이글스가 SSG 랜더스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 담고 롯데 자이언츠도 키움 히어로즈에게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면서 5위 SSG부터 8위 롯데까지 단 2.5경기 차이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단 한 장 밖에 없는 가을야구 막차 티켓에 무려 네 팀이 입후보한 것이다.
이제 앞으로 2주가 지나면 KBO리그는 기존 일정이 모두 끝나고 순연됐던 잔여 일정 경기가 치러지면서 경기 일정이 불규칙해진다. 경기가 매일 열리지 않으면 외국인 투수를 비롯해 선발 투수들이 강한 구단들이 유리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선발진이 다소 불안한 5위 SSG와 6위 kt 위즈보다 승차 없이 7,8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와 롯데가 남은 경기에서 내심 5위 추격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 지난 6월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18일 인천SSG 랜더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와의 경기에서 6과1/3이닝 1실점 호투하며 시즌 7승을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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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앞두고 8년 170억 원이라는 KBO리그 역대 최고 대우를 받고 한화에 복귀한 류현진은 23경기에서 7승7패3.97을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만족하기 힘들지만 23경기서 13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기에 전반기에 부진했던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도 최근 5경기 연속으로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 한화는 바리아와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까지 소위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 4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두 KIA조차 이의리,윤영철 등의 연이은 부상으로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대단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시즌 후반 잔여 일정 소화로 5선발을 투입하는 경기가 줄어들면 5선발로 활약하던 김기중은 롱릴리프 또는 좌완 스페셜 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다.
롯데 역시 애런 윌커슨과 애런 반즈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투펀치가 건재하다. 윌커슨은 13경기에서 7승2패2.26을 기록했던 작년보다 위력은 덜하지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152이닝)을 소화하면서 롯데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무려 14번의 퀄리티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반즈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저 평가된 좌완 선발 투수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다만 롯데는 강한 외국인 원투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토종 선발진이 약점으로 꼽힌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지난 6월 27일 KIA전을 끝으로 두 달 가까이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최근 선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좌완 김진욱도 안정적으로 이닝을 소화해주진 못한다. 선발 등판 전날 술자리 참석으로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지난 14일 징계가 해제된 나균안의 1군 합류 역시 불투명하다.
▲ 지난 7월 2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t wiz의 경기. 5-3으로 승리한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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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부상 복귀 후 아직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이숭용 감독의 더욱 큰 고민은 바로 토종 선발 투수들의 부진이다. SSG는 현재 베테랑 김광현이 7승, 또 다른 좌완 오원석이 6승, 2년 차 우완 송영진이 4승을 기록하고 있지만 SSG벤치와 팬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는 토종 선발투수가 없다. 그리고 선발진의 부진은 그대로 불펜의 부담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5.38로 선발 평균자책점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SSG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팀이 바로 선발 평균자책점 공동 최하위 kt다. kt는 좌완 웨스 벤자민이 9승6패4.15로 선발진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15승으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올렸던 작년에 비하면 아쉬운 활약이다. 작년 18경기에서 12승을 따냈다가 올해 24경기에서 5승에 그치고 있는 윌리엄 쿠에바스의 부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1월 kt 구단 역사상 최초로 비FA 다년계약(5년107억 원)을 체결했던 리그 최고의 잠수함 선발 고영표는 최근 4경기 연속 패전을 당하며 중요한 순간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FA를 앞둔 또 한 명의 잠수함 엄상백이 10승으로 유일하게 토종 선발진을 이끌고 있을 뿐이다. kt로서는 팔꿈치 부상으로 작년 5월 이후 15개월째 1군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춘 소형준의 부재가 매우 안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5강을 향해 추격하는 한화와 롯데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팀 내 강한 선발 투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중요한 경기에서는 '1+1 작전'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반면에 쫓기는 입장에서는 경기 수가 점점 줄어들수록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네 팀의 5위 경쟁이 사상 첫 천만 관중을 노리는 한국야구위원회의 목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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