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2번 선택…난청 극복한 의지 느낄 수 있어"[On Stage]

박병희 2024. 8. 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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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문화재단 내달 7~11일 클래식 레볼루션
최희준 지휘자 피델리오 서곡 등 베토벤만 3곡
최수열 지휘자 10년 만에 '파우스트' 교향곡

베토벤의 교향곡 9개 중 자주 연주되는 곡은 공교롭게도 3, 5, 7, 9번 등 홀수 번호의 곡들이다. 최희준 수원시립교향악단(수원시향)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은 내달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클래식 레볼루션 무대에서 베토벤 교향곡 2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최희준 음악감독이 "베토벤 교향곡은 3번부터 규모가 커진다"고 했듯 1, 2번은 베토벤 교향곡의 특징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초기작이라 특히 잘 연주되지 않는다.

최희준 지휘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번을 선곡한 이유와 관련해 베토벤의 난청이 심해지던 무렵 작곡한 곡임을 강조했다. 베토벤 교향곡 2번과 함께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도 연주할 예정이다.

최희준 지휘자 [사진 제공= 롯데문화재단]

최희준 지휘자는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2번과 피아노 협주곡 3번이 모두 난청이 심해지던 비슷한 시기에 작곡됐다"며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청각 장애로 고뇌하던 시기여서 음악을 포기할 수도 있는데, 베토벤이 나는 음악가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작곡가로서의 삶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최희준 지휘자는 베토벤이 음악가로서, 또 인생의 스승이라고 했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지휘자라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필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통해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과 음악의 진정성을 배울 수 있다. 또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어떠한 어려움도 음악으로 극복해낸 베토벤의 삶 앞에서 겸허하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는 "베토벤의 교향곡 9개가 모두 유명하지만 2번도 여느 교항곡 못지 않게 매력이 넘치는 교향곡이라고 생각한다"며 "베토벤이 고뇌와 절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음악을 위해 다시 일어서는 의미를 담았다고 볼 수 있는 역곡"이라고 강조했다.

최희준 지휘자는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수원시향의 공연을 베토벤의 곡으모로만 채운다. 첫 곡으로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의 서곡을 연주한다.

"레오노레라는 이름의 여성이 남편을 구하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남편을 구출하는 내용의 오페라다. 레오노레가 사용하는 가명이 피델리오인데 베토벤이 피델리오를 작곡한 시대도, 지금의 시대에서도 피델리오가 보여준 용기와 사랑의 힘이 혁명이 아닐까 싶다. 연주회의 첫 곡인 서곡은 그 희망의 에너지가 가득 담긴 곡이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롯데문화재단이 매년 여름 선보이는 클래식 음악 축제다. 올해에는 롯데문화재단이 지난 7월 헝가리계 미국인 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1924~2013)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예년보다 시기가 조금 늦어졌다. 오는 9월7~11일 KBS교향악단, 인천시향, 수원시향, 경기필, 한경 arte필 5개 관현악 단체가 공연을 선보인다.

지휘자 최수열은 9일 한경 arte필과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연주한다. 국내 지휘자가 파우스트를 연주하는 것은 2015년 임헌정 지휘지가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그만큼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 곡이다.

최수열 지휘자 [사진 제공= 롯데문화재단, (c)Piljoo Hwang]

최수열 지휘자는 곡이 졸작이어서가 아니라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우스트는 연주시간만 70분에 달하는 대곡인데다 합창단도 필요하고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부분도 있어 연주를 위해 공들여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롯데콘서트홀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트의 파우스트를 떠올렸다고 했다. 오로지 파우스트에 집중하기 위해 서곡이나 협주곡 없이 파우스트 한 곡만을 연주할 예정이다.

파우스트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80여년 생애 중 60년이나 공들여 집필해 죽기 1년 전 완성한 희곡이다. 그런 대작에서 영감을 얻어 리스트가 동명의 교향곡을 작곡한 만큼 곡의 해석은 쉽지 않다.

최수열 지휘자는 "다행히 리스트가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세 주인공인 파우스트, 그레첸, 메피스토펠레스의 성격적인 부분을 묘사해 음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연주할 때 단순화를 시킬 수 있다"며 "희곡 파우스트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도 너무 궁금한 게 많지만 음악적으로는 나름 정리가 된 작품"이라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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