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존재감 NO 92분, '개막 축포' 없었다…토트넘도 졸전 끝 레스터 시티와 1-1 무승부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에 뭔가 하나라도 남기고 싶다던 손흥민의 새 시즌이 열렸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그의 소속팀 토트넘은 승격팀과의 원정 경기에서 졸전 끝에 1-1로 비겼다. 손흥민도 대체로 부진했다.
손흥민이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선발 출전, 후반 추가시간까지 92분을 소화했지만 침묵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인버티드 풀백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페드로 포로가 선제골을 터트렸으나 상대팀 37세 베테랑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에게 동점포를 내주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레스터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한 골씩 주고받으며 비겼다.1라운드 개막전에서 레스터와 1-1로 비겼다.
레스터가 지난 2015-2016시즌 확률 0.02%를 뚫고 동화와 같은 우승을 일궈낸 팀이지만 최근엔 다르다. 2022-2023시즌 부진 끝에 2부리그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 우승을 차지하며 1년 만에 다시 승격을 일궈내긴 했으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토트넘이 우세하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보니 토트넘은 예상보다 형편 없었고 레스터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복귀 무대에서 선전했다.
이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2-3-1 전형을 내세웠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데스티니 우도기, 미키 판더펜,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백4를 구성했다. 3선은 파페 사르와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지켰다. 2선에 손흥민, 제임스 매디슨, 브레넌 존슨이 배치됐다. 최전방 원톱 자리에 최근 토트넘과 사인한 리버풀 및 첼시 출신 도미니크 솔란케가 나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웃음 가스' 흡입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켜 한 경기 이브 비수마가 빠진 자리에 지난 여름 손흥민에 댜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벤탄쿠르를 집어넣었다. 벤탄쿠르도 엄연히 인종차별 발언을 했고 자신의 잘못을 사과한 만큼 징계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토트넘은 그냥 넘어갔다.
스티브 쿠퍼 감독을 새로 데려온 레스터도 수비 위주 전술이 아닌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마스 헤르만센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빅토르 크리스티안센, 바우트 파스, 제임스 저스틴이 백4를 꾸렸다. 3선에 윌프레드 은디디와 해리 윙크스가 호흡을 맞췄다. 2선은 바비 데코르도바-리드, 파쿤도 부오나노테, 압둘 파타우 이사하쿠가 맡았다. 최전방에서 제이미 바디가 토트넘 골문을 노렸다.
킥오프하자마자 주도권을 쥐고 움직인 팀은 토트넘이었다. 전반 6분 만에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벤탄쿠르가 짧게 들어가며 헤더로 연결했는데 골라인 넘어가기 직전에 은디디가 걷어내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토트넘 입장에선 초반에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으나 마지막에 무산됐다.
이후 토트넘이 줄기차게 공격적으로 나서며 주도하는 양상으로 경기가 펼쳐졌다. 레스터 시티는 웅크리며 내려앉았다. 37살임에도 다시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해 주전 골잡이로 뛰는 바디 이용 역습으로 한 방을 노렸다.
결국 전반 29분 토트넘 선제골이 터졌다. 왼쪽에서 매디슨이 페널티지역 안으로 크로스를 연결했고 뛰어 들어가던 포로가 머리에 맞추면서 득점으로 완성한 것이다. 포로는 라이트백이 주포지션이지만 가운데로 침투해 공격까지 과감하게 펼친다. 특히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슛이 일품이다. 이번엔 오른발 슛은 아니었지만 적극적으로 공격지역에 뛰어들어 득점까지 연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여름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명단에서 탈락한 아픔을 소속팀 공식전 첫 경기에서 풀었다.
결국 토트넘은 포로의 선제골 바탕 삼아 계속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1-0 리드를 이뤄내고 전반전을 마쳤다.
하지만 후반 들어 경기 양상은 바뀌었고 홈 팀이 바디를 중심으로 강한 공격을 단행하며 토트넘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토트넘은 후반 11분 벤탄쿠르가 또 한 번의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놓쳐 땅을 쳤다. 박스 안에서 포로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아 골대 앞에서 완벽한 득점 찬스를 잡았지만 벤탄쿠르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것이다.
추가골을 만들어 내지 못한 토트넘은 곧장 레스터 시티에 역습을 허용하며 동점포를 얻어맞았다. 역습 때 해결사 역할을 한 공격수는 레스터 시티의 리빙 레전드 바디였다.
후반 13분 오른쪽 측면에서 파타우가 올린 크로스가 정확하게 골대 앞에 있던 바디에게 날아갔다. 토트넘 수비수들이 노련한 움직임을 드러낸 바디를 순간 놓쳤다. 바디는 어렵지 않게 헤더로 토트넘 골망을 흔들면서 1-1 동점을 만들었다.
2012년부터 레스터에서 뛴 1987년생 베테랑 공격수 바디는 토트넘전 전까지 레스터 통산 464경기에 나와 190골 66도움을 기록했다. 올해로 37세임에도 2023-24시즌 한 해 동안 모든 대회에서 37경기 출전해 20골 2도움을 올리며 레스터 승격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돌아온 프리미어리그 무대 첫 경기부터 골을 뽑아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알렸다.
토트넘은 이후에도 바디에게 위협적인 슛을 내주는 등 후반 들어 급격히 끌려갔다.
후반 26분엔 벤탄쿠르가 볼 경합 뒤 그라운드에 쓰러져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토트넘 코너킥 상황에서 벤탄쿠르는 공중볼 경합을 하다 레스터 윙어 파타우와 머리끼리 강하게 충돌했다. 파타우는 약간의 통증을 호소했지만, 벤탄쿠르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뇌진탕 증세를 보인 끝에 들 것에 실려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벤탄쿠르는 지난해 2월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왼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 판정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이날 18개월 만에 돌아온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또 울고 말았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추가시간인 후반 47분 교체아웃되면서 92분을 뛴 셈이 됐다. 솔란케가 오면서 주포지션인 왼쪽 날개로 돌아갔지만 활약이 미미했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과 포로를 빼고 히샬리송과 제드 스펜스를 투입했다. 손흥민은 기회 창출 2회 등을 기록하며 부지런히 뛰었지만 90분 동안 슈팅이 단 1번 뿐이었고 유효슈팅은 없었다. 만족할 수 없는 개막전이 됐다.
토트넘은 24일 오후 11시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에버턴과 시즌 2라운드 홈 개막전을 치른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5위를 차지해 이번 시즌엔 UEFA 클럽대항전으로 복귀한다. 챔피언스리그 하부 격인 유로파리그에 참가하는 것이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으나 레스터 시티와의 대결을 통해 전력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 병행을 위해선 전력 보강도 필요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한편, 경기 직후 축구통게업체 폿몹은 손흥민에게 7.3점을 주며 매디슨(7.9점), 솔란케(7.6점) 다음으로 공격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팀 내 두 번째로 낮은 평점 5점을 줬다. 여러 차례 아쉬운 모습을 남긴 존슨이 가장 낮은 4점을 받았다. 손흥민의 컨디션과 퍼포먼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매체는 "손흥민은 솔란케를 향해 아름다운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솔란케의 다이빙 헤더가 상대 골키퍼에게 향했다. 이외에도 여러 차례 번뜩이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좋지 못했고 경기에서 빛이 바랬다"라고 평가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대체적으로 반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경기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다. 난 우리가 전반에 훌륭했고 경기를 지배했다고 생각했다. 정말 우리의 축구로 상대를 지배했는데 골문 앞에서 낭비했다. 후반도 같았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경기에서 상대를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회들을 만들었고 완성도가 떨어져 여러 차례 충분히 치명적이지 못했다. 우리가 반드시 고쳐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지배적일 때 득점으로 이를 확실히 해야 한다"라며 공격진의 아쉬움을 연이어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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