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8.15 광복절, 역사적 본질을 살펴보면 [민경우의 운동권 이야기]
한·일 협력 이유…북한 위협과 같은 국익
尹정부 외교정책을 역사라는 형태로 반발 과정
감상적인 선동은 점차 힘을 잃을 것
8.15를 둘러싸고 다양한 역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태를 촉발하게 시킨 것은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그가 뉴라이트라며 사퇴를 요구한 점이다. 사태는 별도의 광복절 기념식이 진행될 정도로 확대되었는데 이후에도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상 역사는 오늘날의 쟁점을 기저에 깔고 있는 법이다. 친일·반일을 둘러싼 현재의 논쟁도 다르지 않다. 역사 논쟁에 숨겨진 진정한 본질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8.15 기념사에서 시작해 보자.
8.15 기념사는 평범한 문체로 이뤄져 있다. 일본 문제는 왜 다루지 않았느냐는 비판은 후에 다루겠다. 중요한 것은 이번 8.15 경축사가 작년 8.18 캠프 데이비드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입증하듯 정부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한 바 있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추진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치에 기반한 한·미·일 협력의 제도화라고 할 수 있다. 한·미·일이 가치에 기반해 협력한다고 할 때 그 가치는 자유일 것이다. 대통령 또한 8.15 경축사에서 “국권을 침탈당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이 위대한 여정을 관통하는 가치는 바로 자유입니다”라고 밝힘으로써 자신의 경축사가 캠프 데이비드와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
한·미·일 3국 협력의 기반이 되는 가치가 자유라면 북한과 중국은 자유를 위협하고 흔드는 세력이다. 따라서 가치에 기반한 협력이란 반중적이며 반북한적인 색채를 띠게 된다.
일반적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두 개의 동맹을 미국을 정점으로 결합한 것이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는 자유와 같은 가치라기보다는 북한의 위협과 같은 국익이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을 가치를 함께 하는 세력으로 규정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일 군사협력은 한·미-미·일의 두 개의 군사동맹에서 취약한 고리, 한·일 관계를 접근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2010년대 후반 미 행정부가 반중을 중심으로 세계정책을 대전환하기 시작한다. 이는 한국민들의 남북관계,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인식 상의 대전환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한국 국민은 미 행정부의 정책 전환에 호응해 등거리외교. 경중안미(經中安美 :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와 같은 중간적인 생각 대신 한미동맹·친미적 세계관에 대한 공감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초하여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군사협력 구도는 국민에게 상당한 지지와 호응 속에서 진행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안보에서 나타나는 높은 지지가 그것을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과 진보파들은 한·미·일 군사협력 전체에 대한 반대할 명분과 대중적인 호응이 약한 조건에서 약한 고리인 일본을 찾아내고 그것도 한국의 역사 문제와 연동하여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요약하면 현재의 일본을 둘러싼 역사 논쟁은 역사 논쟁 그 자체라기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역사라는 형태로 반발하는 과정에서 표출된 것이다.
한일 역사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엷어지고 있다. 이는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뚜렷이 확인되고 있다.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 2026년 4만 달러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지난 8월 1일, 세계은행은 ‘중진국 함정’이라는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을 ‘성장의 슈퍼스타’라고 지칭하며, 대한민국 성장의 역사가 ‘모든 중진국이 숙지해야 할 필독서’라고 평가했습니다.”
만고불변의 진리지만 역사 또한 인간의 요구와 이해를 대변하는 지식 분야다. 따라서 현재의 요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역사적 사실과 해석 또한 생명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위 인용에서 보듯 “작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이 일본을 넘어선 마당에 새삼 과거를 들먹이는 것이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구조는 10~20년의 터울을 보이며 비슷한 양상을 보이곤 한다. 한국의 극심한 저출산 구조는 아마 일본이 걸어온 길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현재의 우리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에 굳건히 서서 미래를 개척하는 단초를 찾는 것이 옳은 일일 것 같다.
야당과 일부 진보파가 주도하는 반일 퍼레이드는 미국의 세계정책이 반중 포위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이 과정에서 한미일 협력이 가치와 제도에 기반해 발전하는 과정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말해야 할 것은 우리 민족과 미래를 위해 그러한 정책이 타당한가이다.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10년대 후반 이래의 대한민국 국민도 그에 동의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현재와 우리에 뿌리박지 않는 감상적인 선동은 점차 힘을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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