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토크쇼의 제왕’ 필 도나휴 88세로 별세
미국의 유명 TV 토크쇼 진행자 필 도나휴가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8세.
유족 측은 19일 미 NBC 아침방송 ‘투데이쇼’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도나휴가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전했다. 투데이쇼는 도나휴가 정기적으로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이다. 유족은 도나휴가 “오랜 병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도나휴는 29세이던 1967년 ‘필 도나휴 쇼’를 시작해 이후 1996년까지 해당 쇼를 이끌며 30년 가까이 미국 주간 시간대 TV 토크쇼의 제왕으로 불려왔다. 이 방송은 시청자 참여를 포함한 최초의 TV 토크 쇼로 평가된다.
은퇴 후인 2002년 방송에 복귀해 MSNBC에서 ‘도나휴 쇼’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저조한 시청률 등을 이유로 6개월 만에 일찍 종영됐다.
그는 무대 위의 소파나 조연 진행자, 연주 밴드처럼 시청자가 익숙한 기존 설정에서 벗어났고, 대체로 출연자 한 명만 초청해 한 가지 주제에 주로 집중했다. 그는 페미니즘이나 동성애, 소비자 보호, 시민권 등 당시 사회적으로 뜨거웠던 이슈를 총망라해 다뤘다.
마이크를 들고 객석으로 직접 내려가 관객 참여를 유도하거나, 시청자와 실시간 전화 연결을 해 질문을 받는 등 당시로선 혁신적인 진행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차별화된 진행 방식은 ‘오프라 윈프리 쇼’ 등 다른 TV 토크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는 “도나휴가 없었다면 오프라 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나휴는 미 방송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을 20차례 받았고, ‘방송계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바디상을 1980년 수상했다. 특히 지난 5월엔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다. 수상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나휴는) 솔직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수천 번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국가 담론을 이끌었다”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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