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 올리고 생산성 낮추는 이상기후, 종합 전략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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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후 물가 상승분 10%가량 이상기후 탓
농산물 수입, 재해·에너지 관리 등 전방위 대응을
물가와 전쟁 중인 중앙은행에 강력한 복병이 등장했다. 이상기후다. 폭염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 등 가격이 치솟는 ‘기후플레이션’이 물가를 뒤흔드는 탓이다. 지난봄 ‘금(金)사과’와 ‘다이아사과’는 시작에 불과했다. 폭염에 채소가 녹아내려 최근에는 ‘금오이’와 ‘금고추’ ‘금배추’란 말까지 등장했다. 김치 먹기 어렵겠다는 푸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8월 18일 폐사한 가축만 90여 만 마리에 이른다. 양식장 어류도 150만 마리 넘게 죽었다. 모두 ‘장바구니 물가’ 불안 요인이다.
이처럼 실물경제에서 커지는 이상기후의 영향을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한은이 이상기후지수(CRI)와 산업생산·물가상승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어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국내 물가 상승분의 약 10%가량이 고온 등 이상기후에 원인이 있었다. 이상기후의 충격은 식료품 등의 가격을 흔들며 약 3개월 뒤 소비자물가를 0.03%포인트 끌어올렸다. 수입을 통한 대체 효과 등을 빼면 이상기후로 물가는 0.08%포인트 뛰었다. 이처럼 물가가 올라 지갑이 얇아지면 소비도 줄어든다.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상기후는 산업생산도 갉아먹는다. 더위나 가뭄, 홍수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업무 능력 저하와 작황 부진, 자연재해 등이 모두 생산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상기후는 발생 약 12개월 뒤 산업생산 증가율을 0.6%포인트 깎아내렸다. 2001~2023년 이상기후로 인해 농림어업 성장률은 최대 1.1%포인트, 건설업은 최대 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생산이 줄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만큼 이상기후의 경제적 피해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상기후는 전 지구적인 문제다. 농산물과 에너지 등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 등의 결과로 이어진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방재와 각종 재해 복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독일 포츠담기후연구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 연간 피해액이 38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단계별 종합 대응 전략을 마련해 펼쳐야 한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외국산 농산물 수입 등을 통한 대체재를 마련하는 한편, 유통구조 개선 등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한 전력 등 에너지 수급과 각종 재해 관리를 위한 장·단기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상기후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 차원의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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