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복권된 김경수가 해야 할 일
여야 협치와 정치 복원 위해 정쟁 자제와 대화 촉구 노력
좋은 품성과 겸손한 태도로 품위 있는 정치하면 기회 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찬반 논란 끝에 복권됐다. 이왕 복권이 된 이상 계속 논란을 이어가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그가 드루킹 사건에 대한 성찰과 함께 앞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첫째, 그가 민주당 내에서 다양성의 공간을 만들지 여부다. 민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총선을 치른 이후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대표와 친명 인사들이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은 당내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친명 일색의 민주당에서 김 전 지사가 친노와 친문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은 당내 경쟁을 활성화하고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물론 그가 이 대표 체제에 흡수될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친명은 그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방안까지 거론하며 그가 보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숲은 우거질수록 좋다며 그의 복권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힌 것도 자신의 대선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 달라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김 전 지사가 여러 친명 인사 중 한 명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의 문제는 친명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없는 것이다.
둘째, 여야 간 정쟁 자제와 협치 목소리를 내느냐 여부다. 여야 간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민주당 내에서 주요 정치 현안과 정책에 대해 합리적인 목소리를 모으는 역할을 할 경우 꼬일 대로 꼬인 대치 정국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윤석열정부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과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맞부딪치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쟁을 자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를 복원할 것을 촉구하는 정치 활동을 하면 좋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그가 대연정을 꿈꾼 노 전 대통령의 통합과 협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셋째, 품위 있는 정치를 할지 여부다. 김 전 지사는 합리적이고 겸손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를 아는 정치권 인사들은 한결같이 그의 품성이 좋다고 말한다. 선거 때 맞붙었던 상대 후보에게도 깍듯이 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 국회 법사위나 과방위만 보더라도 공격적인 성향의 정치인들이 막말과 저급한 행동으로 얼마나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지 많은 사람들이 목격하고 있다. 강성 팬덤의 비위를 맞추거나 환심을 사고, 싸움을 잘하는 것이 가장 큰 덕목처럼 돼 있다. 김건희 여사는 살인자라고 극언을 한 후보가 순식간에 최고위원에 2위로 당선된 반면, 1위를 달리던 후보는 강성 친명을 ‘명팔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탈락했다. 그러나 싸움만 잘한다고 우리 정치가 좋아지는가. 정치가 좋아지려면 법과 제도 못지않게 정치인 개개인의 품성이 매우 중요하다. 좋은 품성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아져야 정치도 좋아진다. 김 전 지사의 책 ‘사람이 있었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추천사를 통해 김 전 지사를 ‘진국’이라고 표현했다. 매사에 신중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늘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그가 겸손하고 반듯한 언어로 대화와 타협을 하는 상생의 정치를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지사가 정치에 복귀한 뒤 민주당의 다양성 확보와 여야 간 협치, 품위 있고 금도가 있는 정치에 일조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그의 복권을 강하게 반대한 배경에는 그를 잠재적 경쟁자로 여긴 측면도 있을 것이다. 사실 한 대표는 사법 리스크와 방탄, 일극체제에 갇혀 있는 이재명 대표보다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적자인 김 전 지사를 버거운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김 전 지사는 이 대표의 보완 역할이 아니라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김 전 지사가 이 대표와 달리 조직이나 팬덤은 없지만 미국에서 해리스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독일에 체류 중인 김 전 지사가 정치에 복귀도 하기 전에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를 넘었다. 그렇다고 연말 귀국 일정을 앞당길 필요는 없겠다. 정치가 실종된 정치판으로 복귀하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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