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2025년도 예산안에 바란다

2024. 8. 2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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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만 103조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지난해의 87조원을 넘어 올해 예산에서 계획된 92조원을 상반기에 이미 초과했다.

법인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돼 하반기에는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였으며 올해도 4% 내외 적자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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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올해 상반기에만 103조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지난해의 87조원을 넘어 올해 예산에서 계획된 92조원을 상반기에 이미 초과했다. 국세수입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0조원 적게 들어왔는데 지출은 20조원 늘었기 때문이다. 법인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돼 하반기에는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정부에서는 곧 2025년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12월에 예산이 최종 확정된다.

경기 둔화기에는 일시적으로 재정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재정적자의 만성화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였으며 올해도 4% 내외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가 재정준칙 기준으로 제시한 GDP 대비 3% 적자를 2020년부터 5년 연속 초과하는 셈이다. 만성적 재정적자는 왜 문제일까. 1970년대 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는 세계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일본, 아르헨티나 4가지 유형의 경제로 구분하며, 놀라운 성장을 보인 일본과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퇴보한 아르헨티나를 꼬집었다. 19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1인당 소득 기준으로 아르헨티나는 세계 10대 강국에 속했다. 1950년 아르헨티나는 1인당 소득이 일본의 3배였으며, 전쟁으로 피폐해진 일본을 원조했다. 그러나 현재 아르헨티나는 9차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20회 넘게 받으면서 대외 신뢰를 잃었다. 고물가 국면을 견디지 못해 지난 4월에는 물가상승률이 무려 292.2%에 이르렀다. 아르헨티나가 퇴보한 원인으로 페론주의라 부르는 인기영합 정책이 꼽힌다. 재정건전성을 도외시한 결과다. 영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국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는 감세안과 대규모 에너지보조금 지급을 발표하면서 화폐가치가 급락했고, 결국 45일 만에 총리직에서 사임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의 불명예를 안았다.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양호하다고 평가받는다. 2023년 GDP 대비 국가채무가 46.9%로 다른 국가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복지수요 확대로 2060년에 국가채무가 GDP 대비 144.8%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재정건전성 유지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재정 위험이 낮다고 해서 재정지출 부담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에는 우리 경제의 누군가는 국가채무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며, 아마도 미래세대에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회에서 여야가 예산안을 논의하고 합의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경제활력을 위한 감세안을 적극 지지하나 지출 구조조정은 모호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재정지출을 통해 정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재원 마련 계획은 모호하다. 감세 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로 여야가 합의하는 상황이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만약 감세 정책과 재정지출 확대가 단기적 인기영합 정책이 아니라면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지출 조정과 세원 확보에 대한 큰 방향도 함께 제시돼야 할 것이다.

조정하기 용이한 재량지출뿐 아니라 법개정이 필요한 의무지출도 경제환경 변화에 부합하도록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에도 대규모 재정을 계속 투입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야 할 것이다. 세계은행은 우리나라를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난 모범사례로 꼽았다. 앞선 세대가 고속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미래세대는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부양 부담을 지게 될 예정이다.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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