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내 몸 누일 곳 하나
이사를 하게 됐다. 원래 살던 곳의 계약이 막바지에 이르러 집을 구하기를 두 달, 거주비와 교통과 주변환경 등을 두고 타협에 타협을 거쳐 결정한 곳이다. 자본주의의 냉정함을 느끼기 딱 좋은 때랄까. 교통이 좋으면 집이 별로고, 집이 좋으면 환경이 별로고, 원하는 걸 다 갖춘 곳은 내 돈으로 어림도 없는 것이 부동산의 이치다. 거기에 더해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매물의 상태를 점검해준다는 앱 몇 개를 다운로드 받아 결제하고 나자 집을 구하는 일이 참으로 팍팍하게 느껴졌다. ‘로또 청약’에 당첨되거나 대출을 잔뜩 끼고 부동산을 매수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사는 거구나. 익숙해질 만하면 이사를 다니면서. 전전긍긍해 하면서. 불안해 하면서.
다들 이렇게 살아야 하나? 수많은 국민들이 내 집 마련에 평생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현실은 매일 봐도 낯설게 느껴진다. 도시법 연구자 이계수 교수가 쓴 『반란의 도시, 베를린』(2023)을 펼쳐본다. “(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노동, 토지, 화폐를 상품으로 보는 것은 완전히 허구, 의제, 픽션일 뿐이다. 그는 노동, 토지, 화폐조차도 상품으로 의제화해 시장에서 매매되도록 하고, 이들 시장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시장 메커니즘을 적용한다면, 그럼으로써 그것이 인간과 그 자연환경의 운명을 좌우하는 유일한 지배자가 되게 방치한다면 사회는 파멸하고 만다고 일갈한다.”
8월 초에 발표된 주택 정책에 따르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아파트도 더 많이 짓고 빌라 매매도 더 활발하게 만든다는데, 수도권 아파트에 사람이 몰리는 일이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주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산의 문제이니까. “도시는 공물(公物)”이라는 저자의 말이 아파트값 앞에서 팔랑거린다. 주거권에 대한 더 적극적인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꿈일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전세사기 방지 앱을 확인하면서.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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