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마켓 나우] ‘1등의 저주’ 푸는 비법은 도전정신 회복

2024. 8. 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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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지난 몇 주간 반도체산업 관련 뉴스가 넘쳐났다. 인텔은 15%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은 고대역메모리(HBM)의 납품 가능 여부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CPU와 메모리에서 불멸의 1위 신화를 써왔던 기업들엔 굴욕의 시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반면 만년 2위 기업으로 여겨졌던 AMD와 SK하이닉스는 활기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MD는 CPU와 메모리를 따로 만든 다음 아래위로 이어 붙이는 라이젠(Ryzen) 칩 기술을 발표하며 인공지능 칩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GPU에 필요한 HBM 시장을 선점하면서 메모리 시장 점유율도 높아졌다. 이런 전세 역전을 여러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1등 함정에 빠진 선두기업들과 열세 극복을 위해 진화가 불가피했던 2등 추적기업들 사이에 발견되는 리더십 차이도 주목 대상이다.

김지윤 기자

AMD의 CEO 리사 수는 2017년 MIT 졸업식 연설에서 “MIT 박사가 하버드 MBA 출신 밑에서 일하는 것을 봤다.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가 IBM 경영자원프로그램이 길러낸 인재라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IBM은 신입 박사급 직원 중 일부를 임원이 될 때까지 매년 한 번씩 무조건 승진시킨다. 4년 차에 회장실에서 테크니컬 어시스턴트(TA)로 1년간 경영 수업을 받고, 30대 부사장이 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성과를 평가받는다. 리사 수 또한 IBM에서 미래 경영자 입지가 보장된 상태에서 30대 부사장으로 성장했다. 그 후 2007년 프리스케일을 거쳐, 2012년 AMD에 입사해 2014년 CEO가 됐다.

IBM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성장하여 경영자가 된 리더는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젊고 도전적인 경영진을 육성하기 위해 입사한 후 3개월간의 관찰과정을 거쳐 미래 경영자 자원을 발굴하는 특단의 대책을 도입했다. IBM의 경영성과만 보면,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의문이지만, 리사 수와 같은 인재를 발굴했다는 점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도체산업은 초저전력·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혀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새로운 리더 기업이 떠오르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격변의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경쟁자를 압도하는 초격차 기술을 상상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을 가진 새로운 리더들을 육성해야 한다. 1등 기업들이 잃어버린 도전정신을 회복하려면 내부적인 인재 관리 체계뿐 아니라, 최우수 인재들을 반도체 분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부터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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