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슈베르트, 피아노로 노래하다
슈베르트(사진)는 평생 600여 곡의 예술가곡을 작곡한 ‘가곡의 왕’이다. 물론 그가 가곡만 작곡한 것은 아니다. 교향곡, 실내악, 피아노 독주곡 등 악기를 위한 곡도 많이 작곡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상(理想)은 ‘노래’이다. 슈베르트는 악기를 가지고도 노래를 부른다. 세상의 모든 음악이 본질적으로 노래일진대 슈베르트는 그중에서도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악기의 특성에 따라 노래가 잘 되는 악기가 있고, 그렇지 못한 악기가 있다. 인간의 목소리는 호흡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레가토(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하는 것)가 가능한 악기이다. 이 점은 관악기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는 호흡의 제약도 받지 않는 완전히 자유로운 레가토 악기이다. 얼마든지 길게 레가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피아노는 그렇지 못하다. 피아노는 해머로 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일종의 타악기이다. 레가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악기라는 말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리를 지속시켜주는 페달이 발명되었지만, 그 지속력이 인간의 목소리나 관악기, 현악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런데 슈베르트는 피아노 속에서 최대한으로 레가토를 끌어낸다. 멜로디 라인을 유연하게, 프레이즈의 마지막 음까지 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가며 노래 부르도록 한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작품 90의 제3번이 특히 그런 곡이다. 슈베르트는 여러 곡의 즉흥곡을 썼는데, 그중에서 특히 제3번은 듣는 이에게 피아노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준다. 여기서 피아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노래한다. 피아노곡이지만 멜로디를 인간의 목소리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오른손은 멜로디를, 왼손은 반주를 연주하는데, 그 아름답고 명상적인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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