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박찬대·김민석·이한주, 탕평 조승래…‘신명계’ 뜬다
두 번째 당대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기 지도부’ 구성에 본격 착수했다. 당직 인선의 키포인트는 친명의 확장이다. 이미 당에선 “신(新)명계가 뜬다”는 얘기도 나온다.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한 4선의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의원이다. 당초 비주류로 분류됐던 김 의원은 비(非)이재명계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3월 이뤄진 1기 지도부 당직 개편 때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이후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 전세사기특별법 여야 합의 처리 등 실용 정책을 주도해 이 대표와 거리를 좁혔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경기연구원장을 맡아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 설계를 주도한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2기 지도부에서 정책을 주도할 ‘키맨’으로 분류된다. 이 원장은 4월 당직 임명 뒤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부담·중복지 실현 ▶종부세·상속세 완화 ▶민생회복지원금 차등지원 수용 등 중도적 입장을 밝혀 왔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명실상부한 친명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동시에 민생 법안 우선 처리에 합의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당에선 “과거 이 대표의 대선 준비그룹이던 ‘7인회’ 대신 새롭게 부상한 이들이 이 대표의 집권플랜인 실용노선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1기가 이재명이 당에 뿌리내리는 과정이었다면, 2기에선 구체적으로 이재명의 생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 뒤 다가온 대선을 목표로 한 만큼 1기 지도부보다 급을 높여 전진 배치된 실무형 인사들도 눈에 띈다. 이 대표는 19일 사무총장에 3선의 김윤덕(전북 전주갑) 의원을 유임시켰다. 김 의원은 1기 지도부에서 조직부총장을 지내면서 22대 총선 경선 과정을 관리했던 인물로, 이 대표의 신뢰가 두텁다고 한다.
당대표 비서실장에는 재선인 이해식(서울 강동을) 의원이 임명됐다. 이 의원은 1기 지도부에서 사무부총장과 수석대변인을 역임했다.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된 재선의 천준호(서울 강북갑) 의원 역시 1기 지도부에서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우영(서울 은평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탕평 인사’도 눈에 띈다. 이날 수석대변인에 임명된 3선의 조승래(대전 유성갑)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편으로, 본인도 “누가 봐도 ‘친명’으로 분류되진 않았던 저를 수석대변인에 임명한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놓고 이 대표와 이견을 빚어온 진성준 정책위의장 유임도 의외라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온다. 진 의장은 금투세에 대해 “2025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강경파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는 것이 (2기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대리인이고, 대통령실이 배려할 것은 일본제국 천황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KBS가 광복절에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틀었다며 “지하의 독립투사들이 통탄할 일”이라고 남겼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강성 당원 위력이 확인된 만큼 대여 강경 메시지는 빈번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러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건 아닌지 많은 국민이 걱정한다”고 주장했다.
성지원·강보현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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