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초·강남 아파트 매수자, 절반 이상이 갭투자

김원 2024. 8.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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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전·월세 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올해 1~7월(26일까지) 전국 주택 매수자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주택 거래 가운데 임차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 비중은 39.4%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매수)’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사재기)’ 광풍이 불던 2021년(50.1%)과 2022년(50.7%)에 비해서는 낮다. 그러나 전국 평균(22.9%)을 크게 상회하고, 지난해(28.4%)보다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특히 올해 들어서 서울 갭투자 비중이 1월 31.0%에서 6월 43.3%로 확대하는 등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투자수요의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서울 집값은 3월 말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부터 오르기 시작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강동·동작·광진구 등으로 확산하는 흐름이다. 갭투자도 이와 비슷하다. 올해 1~7월 서울 주택 갭투자 비중은 용산(66.5%)·서초(51.6%)·강남구(50.5%) 등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월 이후로 보면 용산(66.8%)·강남(53.8%)·서초구(49.2%)와 함께 동작(52.6%)·성동(51.8%)·강동(44.9%)·마포구(44.7%) 등의 갭투자 비중도 높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향후 집값이 더 많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투자수요의 유입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당장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일단 서울 상급지 아파트를 갭투자로 ‘사고 보자’는 식의 불안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해석했다. 최근 서초구에 20억원 중반대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수한 40대 강모씨는 “이번이 강남 진입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자금을 끌어모아 갭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당분간 서울 아파트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르는 등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이날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53.9%로, 2022년 11월(53.9%)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줄면 갭투자에 드는 초기 비용 역시 감소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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