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올해 첫 엠폭스 확진자 발생…“전 세계 위험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급성 발진성 감염병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가운데 필리핀에서 올해 첫 환자가 나왔다.
필리핀 보건부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33세 필리핀 남성이 엠폭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새 변종인 '하위 계통(Clade) 1b' 유형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분석 결과는 아직 발표되진 않았다.
이 남성은 일주일 전 발열이 시작된 후 얼굴·등·목덜미·몸통·사타구니·손바닥·발바닥에서 뚜렷한 발진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부는 이 남성의 해외 방문 이력은 없다며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올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첫 엠폭스 감염 사례다. 필리핀에서는 2022년 7월 첫 엠폭스 환자가 나온 후 지난해 12월 9번째 환자를 마지막으로 엠폭스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WHO가 발표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국가별엠포스 발생현황 집계에 따르면, 유럽(22개국·787명), 북중미(4개국·1529명), 남미(4개국·283명), 아시아(9개국·629명), 오세아니아(2개국·117명), 아프라카(7개국·1854명)등 순으로 나타났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엠폭스는 2022년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다. 유럽과 미주 등지로 엠폭스가 번지자 WHO는 그해 7월 PHEIC를 선언했다. 다만 같은 해 하반기부터 확산이 둔화하자 선언 10개월 만인 지난해 5월 PHEIC를 해제했다.
하지만 4개월 뒤인 9월 하위 계통의 엠폭스가 아프리카에서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결국 WHO는 PHEIC를 해제한지 1년 3개월 만인 이달 14일 다시 PHEIC를 선언했다.
각국이 엠폭스 발병 중심에 있는 아프리카국과 연대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감염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경고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에베레오케레케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 부연구위원은 가지언지에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더 위험한 변종이 더 많이 확산할 수 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아프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위험해진다"고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 16일 국내 유입 가능성을 고려해 긴급 위험 평가 회의를 개최했다. 전 세계적 발생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국내 진단 및 검역 등 관리 체계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특이 징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폭스는 주로 유증상 감염 환자와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동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 감염된 환경과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엠폭스에 감염될 수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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