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AI칩 만든다”...인도, 2026년 첫 국산 AI칩 목표
인도가 AI·반도체 분야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 ‘실리콘밸리의 브레인 공급처’ 역할을 해온 인도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14억 인구 대국인 인도가 자체 AI 칩 설계에 성공한다면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AI 칩 자급이 각국의 기술 안보와 직결되면서 자체 AI 인프라 구축에 도전하는 국가도 꾸준히 늘 가능성이 크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 모빌리티 기업 올라(Ola) 그룹은 AI 반도체 설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6년 인도 최초의 자체 설계 AI 칩을 출시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날 올라 그룹은 구체적인 반도체 성능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AI 추론 분야에서 동급 최고의 전력 효율을 내는 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라 그룹은 ‘인도의 우버’로 불리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인도에선 우버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다. 플랫폼 사업을 넘어 전기차·전기 이륜차 등을 자체 제작해 판매 중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도 2019년 이 회사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올라 그룹은 자사 차량에 탑재되는 차량용 반도체 역시 자체 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TSMC와 협력할 것
올라는 칩 설계를 위해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암(Arm)과 손잡을 가능성이 크다. Arm은 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기존의 모바일 분야를 넘어 서버용 시장에서도 고객사에 AI 칩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올라 그룹은 자체 생성 AI 챗봇 서비스와 이를 뒷받침할 LLM(거대언어모델)도 함께 공개했다. 힌디어·타밀어를 포함한 10개 이상의 인도어를 지원하며 올해 말까지 이를 22개 언어로 확장할 계획이다.
인도가 움직인다
무엇보다 영어가 가능한 양질의 IT 인력이 많은 것이 인도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미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제3세계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설계 인력의 20%를 인도가 차지하고 있다. 상당수 고급 인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자체 설계 생태계도 비교적 탄탄하다.
삼성전자·인텔·화웨이 등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이미 인도에 진출해있다. 설비 투자 없이 뛰어난 인재만 있으면 되는 설계 검증·디자인 R&D가 주로 인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AMD는 오는 2028년까지 4억 달러(약 5300억원)을 투자해 인도 벵갈루루 지역에 반도체 디자인 센터를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가장 큰 해외 연구개발 거점 중 하나인 삼성리서치 방갈로르 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와 별개로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인도법인(SSIR)은 조직을 확대하고 지난 3월 두 번째 반도체 R&D 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인도는 최근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제조에 도전 중이다. 인도 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분야에 총 500억 달러(약 66조5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제도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며 화답했다. 마이크론의 패키징 공장은 당장 올해 말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일본의 대표적 반도체 장비기업 디스코 역시 인도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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