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애플·구글 등 M7가 요구하는 맞춤형 HBM 준비중”

윤성민 2024. 8. 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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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이천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번 포럼에서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 혁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뉴스1

류성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19일 “M7(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7대 빅테크)에서 모두 찾아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커스텀(맞춤형 제작)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의 ‘이천포럼 2024’에서다. M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를 의미한다.

류 부사장은 “주말 동안 M7 업체들과 전화를 하며 쉬지 않고 일을 했다”며 “그들(M7)의 요청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한국 전체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엔지니어링 리소스(자원)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려고 다방면으로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커스텀 제품과 관련한 요구 사항이 많아지는 등 패러다임의 큰 전환점에 직면했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서 메모리 사업을 지속 발전시켜가겠다”고 덧붙였다.

HBM은 고성능 메모리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인공지능(AI) 칩에 필수적이다. 최근엔 AI 칩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자사 기술의 특징에 맞는 맞춤형 HBM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HBM 시장 세계 1위인 SK하이닉스는 맞춤형 HBM인 6세대 HBM4을 준비 중이다. 류 부사장의 이날 발언은 SK하이닉스가 이미 주요 대형 기술 기업들과 맞춤형 HBM 개발을 논의 중이라고 공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HBM4을 개발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1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4'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SK그룹은 이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4에서 AI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다가오는 AGI(범용 인공지능)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SK AI 비즈니스의 성공적 안착 방안 모색’ 등 4개 대담 세션을 마련해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위르겐 슈미트후버 사우디 왕립 과학기술대(KAUST) 교수, 잭 카스 전 오픈AI 임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등과 대담했다.

유영상 SKT 사장은 “삼성전자, 네이버와 함께 ‘대한민국의 어벤저스’를 만들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력 의지를 밝혔다. 또 “한국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지원해주면 이른 시일 내 AI 인프라가 발달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IRA는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된 청정 에너지 제품 등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로 한국 전기차·배터리 제조 기업들이 IRA 혜택을 받고 미국에 공장을 지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첨단 산업 투자세액 공제을 골자로 한 한국형 IRA 법이 발의됐는데 유 사장은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슈미트후버 교수는 화상으로 참석해 “미래는 그저 좋을 뿐만 아니라 더 좋아질 것”이라며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점점 더 많은 일이 자동화되고, 결국에는 대규모의 물리적 기계로 구성된 사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든 사람은 저렴하고 강력하고 투명한 AI를 소유해서 여러 면에서 삶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1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4'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카스 전 오픈AI 임원은 SK그룹의 AI 강점에 대해 “SK는 대기업으로서 다양한 시장에 진출해 세계적으로 엄청난 유통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확장 전략에 대해선 “제품 품질이 판매 문제를 해결해준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AI에서도 부가가치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AI와 관련된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축적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매출을 높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천포럼은 SK그룹의 핵심 연례행사로, 국내외 석학 강연과 사내외 전문가 토론 등을 통해 기술 혁신 등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행사다. SK그룹은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 이후 AI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강조하고 있다. 당시 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은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임직원에 변화를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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