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강남·용산 절반이 ‘갭투자’...강남행 막차 수요에 서울 집값도 '들썩'

김원 2024. 8. 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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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세 매물 안내문. 2024.2.25/뉴스1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전·월세 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용산(66.5%)·서초(51.6%)·강남구(50.5%) 등에서는 올해 주택 갭투자 비중이 전체 거래의 절반을 넘었다. 갭투자 수요의 유입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고,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올해 1~7월(26일까지) 전국 주택 매수자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주택 거래 가운데 임차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 비중은 39.4%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매수)’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사재기)’ 광풍이 불던 2021년(50.1%)과 2022년(50.7%)에 비해서는 낮다. 그러나 전국 평균(22.9%)을 크게 상회하고, 지난해(28.4%)보다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특히 올해 들어서 서울 갭투자 비중이 1월 31.0%에서 6월 43.3%로 확대하는 등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투자수요의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서울 집값은 3월 말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부터 오르기 시작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강동·동작·광진구 등으로 확산하는 흐름이다. 갭투자도 이와 비슷하다. 올해 1~7월 서울 주택 갭투자 비중은 용산(66.5%)·서초(51.6%)·강남구(50.5%) 등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월 이후로 보면 용산(66.8%)·강남(53.8%)·서초구(49.2%)와 함께 동작(52.6%)·성동(51.8%)·강동(44.9%)·마포구(44.7%) 등의 갭투자 비중도 높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향후 집값이 더 많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투자수요의 유입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당장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일단 서울 상급지 아파트를 갭투자로 ‘사고 보자’는 식의 불안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해석했다. 최근 서초구에 20억원 중반대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수한 40대 강모씨는 “이번이 강남 진입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자금을 끌어모아 갭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아파트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르는 등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이날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53.9%로, 2022년 11월(53.9%)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줄면 갭투자에 드는 초기 비용 역시 감소한다.

당초 국토부는 올해 서울 주택시장에서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수요층이 한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수요자는 일반적으로 전·월세로 거주하다 집을 사거나 거주하던 집을 팔고, 입지가 더 나은 지역으로 이사하는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를 말한다. 실제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에선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 한 채를 가진 실수요자 대부분은 가격이 오르면 추격 매수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투자수요(가수요)가 뒷받침되면 집값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갭투자 증가가 향후 집값 상승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가 연내 실행될 경우 전역에서 아파트 매수세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주원 기자


실제 이달 초 정부가 향후 6년간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 계획을 밝힌 ‘8·8 공급대책’을 내놓았는데도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21주 연속 올랐고, 상승 폭은 0.32%로 5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한국부동산원)

이에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3구·용산구 전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돼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가 인하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 부담이 줄어든 3주택 이상의 다주택 투자수요가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3주택자 이상에 부과하는 높은 취득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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