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푸틴이 얼어붙었다"…젤렌스키가 밝힌 러 본토 급습 전말

백일현 2024. 8. 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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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의회 대표단과 회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급습한 목적은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를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혔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밤 연설을 통해 “우리 방어작전의 주요 임무는 러시아의 전쟁 잠재력을 최대한 무너뜨리고 최대의 반격을 하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쿠르스크 작전을 통해) 침략자 영토에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기습 작전의 목적을 명확하게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그는 쿠르스크 급습이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한 적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과 유사하다. 당시 중국을 방문중이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우, 각자 영토 점령 굳히기 나서…“위험한 치킨 게임”


양국은 상대방 영토 점령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쿠르스크를 공략중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보급로 차단을 위해 인근 다리 등을 파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18일 쿠르스크의 즈반노예 마을 인근의 교량을 폭파했다. 쿠르스크 글루시코보 마을 근처의 다리를 폭파한 지 이틀 만이다.

로이터통신은 “쿠르스크 지역에는 러시아가 병력을 공급하는 다리가 3개 있는데 이 중 2개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라고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서 1150㎢가 넘는 정착촌 80개 이상을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8일 “도네츠크 스비리도니우카 마을의 통제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스비리도니우카는 우크라이나군의 병참 거점인 포크로우스크에서 약 15㎞ 거리에 있는 최전선에 해당한다.

도네츠크 절반 이상을 점령 중인 러시아군은 포크로우스크를 장악하면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수개월간 인근 마을들을 점령해 왔다. 포크로우스크 당국은 러시아군이 빠르게 접근하자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18일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주요 다리가 폭파되는 모습. AP=연합뉴스


전쟁이 '치킨 게임' 양상으로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18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장기간의 침공은 분쟁을 확대하고 다른 국가를 끌어들이고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글로벌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위험한 치킨 게임”이라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도착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오른쪽)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이번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기습에서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푸틴 대통령이 위기 앞에 얼어붙는 경향이 있다며 호전적인 말에 걸맞은 신속하고 단호한 조처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기습이 2022년 전쟁 발발 뒤 푸틴 대통령의 권위에 큰 타격을 안긴 네 번째 사례라는 설명이다.

WP는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 뒤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지 못했을 때, 바그너 용병단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푸틴 대통령이 24시간이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군의 기습에 대한 대처를 논의하던 지난 12일 안보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준비한 발언문을 불안하게 읽고,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이 피해 현황을 공개하자 짜증을 내며 말을 끊는 모습을 보였다. WP는 푸틴 대통령이 18일부터 아제르바이잔 국빈 방문에 나선 것과 관련해 “마치 국내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떠날 계획을 발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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