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은 삶의 현장, 끼어들 용기 있는 변호인 되고 싶다"

윤지선 2024. 8.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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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10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국회의장상 수상자를 만나다

[윤지선 기자]

지난 토요일(17일), 제10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에서 대회 최우수상인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성준, 홍은하, 김도영씨를 만났다. 장장 3개월의 대회 과정에 대한 소회와 대회 수상 소감을 직접 들어보았다.
 제10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본선 현장
ⓒ 윤지선
"이 사건 쟁의행위는 단체협약의 해석에 관한 것인 권리분쟁사항을 이유로 한 것으로 교섭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정당하지 않습니다. 원고는 불가피하고 실질적인 폐업 위기에 있는 것으로 위장폐업 및 정리해고,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영업양도를 하지 않아 고용승계권이 인정되지 않고..."
- 원고 최후 변론 중
"원고의 노조혐오 의사와 지배구조로 미루어 볼 때,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인 오성전공으로의 설비 이전은 위장폐업 절차의 일부 또는 영업양도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응한 이 사건 쟁의행위 목적은 정당합니다...헌법에 보장되는 노동 3권과 노동조합법 제1조, 3조에 기한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을 거쳐 얻어낸 권리가 거대 자본에 의해 탄압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원고의 부당한 청구를 모두 기각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 피고 최후 변론 중

- 제10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는 어떻게 참가하게 되셨나요?

홍은하 : 로스쿨 13기 선배가 대회가 있다는 걸 알려주셨어요. 사실 작년에 서면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 대회에는 심기일전해서 다시 출전했습니다.

김성준 : 네, 저도 13기 선배가 추천해서 참가했다가 홍은하 학생이랑 같이 전년도에 고배를 마신 전적이 있습니다. (웃음)

김도영 : 저는 노동법에 문외한이었어요.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한 김성준, 홍은하 두 친구를 평소에도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두 친구가 노동법에 관심을 갖고 권해서 같이 공부하다 보니 노동법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두 친구가 노동법에 일가견이 있으니 같이 참가하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참가하게 되었어요.

- 두 분은 두 번째인데 김도영씨는 첫 도전에 우승을 하신 셈이네요.

김도영 : (웃음)네, 운이 좋죠?

- 충북대가 본선에 진출한 건 대회 이래 처음이기도 합니다.

김성준 : (본선 진출에 대해)그런가요? (웃음) 몰랐습니다. 충북대가 처음 입상이라고 하는데, 저희 수상으로 충북대에서도 계속 도전하는 학생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도영 : 영광입니다. (웃음)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 면학 분위기도 좋고 충분히 실력이 있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충북대 실력도 조금은 입증이 되고, 많은 학생들이 노동법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선을 치른 소감을 한 말씀 해주세요.

김성준 :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노동법에 대해서 학문으로 공부한 적은 있지만 실제 사례로 맞닥뜨리니까 막상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서로 많은 고민을 나눴습니다.

김도영 : 문제를 몇 달 가까이 보다 보니까 하나의 현실 사례와 같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실제 노동자들에게는 삶의 현장인데 너무 평면화가 되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법조인이 돼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법리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했습니다.

홍은하 : 저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두 가지를 느꼈는데, 첫 번째는 좋은 변론을 하려면 사실관계를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처음에 사실관계를 읽었을 때랑 몇 개월 준비 과정에서 두세 번 읽다 보니까 그때마다 새삼 깨닫는 바가 있었어요. 좋은 변호사가 되려면 사실관계를 면밀히 여러 번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오늘 문제 속 실제 주인공을 마주하고 나니까 '좋은 변호사는 공감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게 되었어요. 오늘 와주신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님을 보게 되면서 이게 단순히 글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진짜 사람들,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10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시상식에서 충북대학교 로스쿨 김성준, 홍은하, 김도영씨가 국회의장 상을 수상했다.
ⓒ 윤지선
"피고인을 '사람'으로 마주했을 때 굉장히 충격"

- 김도영씨는 두 분 덕에 노동법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하는데, 홍은하, 김성준 두 분은 어떤 계기로 노동법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홍은하 : 실은 저희가 노무사 출신 로스쿨생이에요. 저는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노동법을 처음 배우게 됐는데요, 시험을 위해 공부하긴 했지만 그 속에서도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의 면모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고, 노동법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됐어요.

김성준 : 저도 노무사인데요, 노무사 시험을 준비할 때는 사실 노동법에 대한 관심이 그리 컸던 건 아니었어요. 노무사 되고 난 이후에 노무사로서의 한계도 느끼면서 노동법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현실에서의 문제는 더 쉽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을 더 공부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성준 : 막연한데, 저는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어요. 법리를 통해 주장하고, 이미 있는 법리라 하더라도 판례는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법 안에서 변론하고 싶고, 무리하거나 불법적인 범위까지 주장하진 않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김도영 : 저는 법조인의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친구가 해준 말이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자기에게는 하나의 사건이었는데, 눈앞 피고인을 '사람'으로서 마주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는 말을 했었어요. 저도 노동자라는 사람이 단순히 하나의 평면적인 사건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항상 공감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따뜻하다는 말이 변호사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서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잃지 않는 따뜻한 가슴으로, 판단은 풍부한 자료와 균형 잡힌 생각으로 차갑게 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이번에 마주한 노동 현장과 같은 삶의 현장에 끼어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홍은하 : 저는 사측을 대리하게 될 수도 있고 노동자 측을 대리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변호사는 법리를 가지고만 싸워야지 그 외의 것들을 주장한다거나 자기가 하는 공격, 방어 방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변론을 하는 변호사는 되고 싶지 않아요. 주어진 룰 안에서 법리를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김성준, 김도영, 홍은하씨의 피고 변론 모습
ⓒ 윤지선
- 대회 동안 원고와 피고 모두를 변론하셨는데, 어떠셨는지요?

김도영 : 원고와 피고 모두를 변론하는 게 체력적으로는 힘들긴 해요. 그런데 같은 주제로 원고와 피고 모두를 변론하면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요. 저희끼리도 원고와 피고 쪽으로 나눠서 서로 방어를 해보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홍은하 : 제가 원고를 많이 준비했고, 김성준, 김도영 두 학생이 피고를 많이 준비했는데요, 저는 원고에 이입해서 소장을 작성했는데, 저희끼리도 원고, 피고로 나눠서 서로의 논거를 알고 반박해 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준비서면을 작성할 때 대진 상대의 서면에 대해서도 매끄러운 논거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성준 : 한 쪽만 하기보다 두 쪽 다 해보면서 서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어요.

- 이번 대회의 문제 주제는 '외국 투자 자본의 철수와 고용승계'였는데요, 구체적으로 각자 원고와 피고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쟁점을 삼았나요?

홍은하 : 저는 원고 변론을 할 때, 실제 LCD 사업이 사양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위장폐업이 아닌 폐업의 사유를 제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김도영 : 원고 측면에서는 사양 산업이라는 경향성을 많이 어필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가 되도록 변론하고 싶었고, 피고 측면에서는 노란봉투법 취지에 초점을 맞춰서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사용자 확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배척이라든지 그런 부분과 연관 지어 설명하려고 노력했어요.

김성준 : 저는 지배구조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말씀드리려고 노력했고,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자회사인 영훈하이테크가 법인격이 부인되는 측면이나, 오성전공으로의 영업 양도와 물량이 오고 간 정황으로 실질적 동일성 측면에서 고용승계가 되어야 하지 않나는 부분을 중점으로 변론했습니다. 또 평조합원까지 손해배상 전부를 청구할 경우 노조 단결력을 약화시키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점을 강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오늘 문제의 모티브가 되었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에서 참관을 오셨어요. 보셨나요?

홍은하 : 지회장님이 끝 쪽에 앉아계셨는데, 괜히 더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관련 사건을 검색하다가 옵티칼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 분이 지역 맘카페에 관련 글을 올리신 걸 보았어요. 그 글을 보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폐업이라고 하지만 노동자는 한순간에 평생직장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는 게 와닿게 되더라고요. 저는 계속 원고 측에서 준비를 하다 보니 반대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글을 보고 노동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어요. 대회장에 지회장님이 와계신 걸 보고 실제 인물을 확인하니까, 정말로 공장에 불이 나서 돌아가지도 않는 상황에서 자리를 계속 지키면서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는 모습을 보면서 '멋지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같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김도영 : 저는 피고 쪽을 중심으로 준비하다 보니 지회장님 인터뷰 등 기사를 많이 찾아보면서 논거에 대해 학습하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요, 논리정연하게 말씀을 잘 해주셔서 노동자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와 노동법의 법리 적용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실제 당사자를 오늘 뵈니까 기사에서보다 더 고단해 보이셔서 노동자 투쟁이 고단하고 피로하다는 걸 실감했고, 입에 발린 공감이나 하나의 판례가 되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적인 방안으로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김성준 : 이번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회사 측이 거대한 자본을 이용해 억압을 하는 것 같다,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평조합원들에게까지 청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반론을 하고 주장을 끌어낼지 느낌은 오지만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더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10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주제는 '외국 투자 자본 철수와 고용승계'이다. 문제의 모티브가 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 최현환 지회장이 대회를 참관하는 모습. 경연장에서 홍은하씨가 사측인 원고를 대리하고 있다.
ⓒ 윤지선
"우리도 노동자, 우리를 대신해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감사"

- 노란봉투법이 논의되는 시점에 대회가 치러졌는데요, 실제 사건에 대입해 보니 어떠셨나요?

김성준 : 저희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영국 사례를 들면서 손배청구의 상한선을 주장해 보기도 했는데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도영 : 사용자 책임, 손해배상 감경,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면책과 같은 조항들이 어떤 맥락에서 제안되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법조인이 되더라도 저희도 일터에 속한 노동자가 될 테니까 저희도 법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전체 조항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취지는 충분히 고려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지치지 않는 투쟁을 통해 이뤄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홍은하 : 대회를 준비하면서 노란봉투법을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요. 오늘 변론을 하면서 기존의 판례나 민법의 법리를 가지고는 피고의 주장이 완벽하게 구해지지 않는 점들이 많아서 입법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긍정적이고 좋은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노동권을 행사하다 손해배상청구소송에 휘말리게 된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홍은하 : 어떻게 보면 노동자의 권리라는 건 단순히 개인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권리이기도 하잖아요. 저희를 대신해서 투쟁해 주시는 점에 대해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김도영 : 저도 노동3권이 오랜 투쟁을 통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그런 점에서 저희를 대신해서 싸워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리고, 앞으로 저희도 기득권이 되거나 방관하는 법조인이 아닌 법률 영역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힘이 되어 드리는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성준 : 노란봉투법의 취지와 헌법 제33조의 취지가 고려되어 노동자들의 권리가 더 신장하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10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국회의장 상을 수상한 김성준씨
ⓒ 윤지선
- 대회에 바라는 바가 있으신가요?

김성준 : 대회 주관단체인 '손잡고'가 목적을 달성하고 해산이 되더라도, 노동계 쪽에는 손배가압류 외에도 이슈가 계속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이슈로라도 계속 대회를 유지해 주신다면 더 많은 예비 법조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도영 : 친한 친구들과 대회를 준비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발을 들여보니 노동법 자체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지금처럼 노동법을 많이 홍보해 주시면 더 많은 예비 법조인들이 관심 갖게 될 거고, 더 많은 법조인들을 노동법 영역에서 아군으로 두게 되어 노동법도 더 많이 신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그 든든한 지원군 중 하나로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제10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국회의장상 수상자 김도영씨
ⓒ 윤지선
홍은하 : 아직도 노동법을 배운다고 하면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어요. 제 생각에 법조인들은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명확하게 아니까 취지를 충분히 알고 있지만, 노동법을 배울 기회나 접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다른 예비 법조인들이나 법조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전반적인 노동 이슈들을 알릴 기회가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10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국회의장상 수상자 홍은하씨
ⓒ 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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