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 그려진 동성애, 흡혈귀 소녀의 사랑 이야기
[최해린 기자]
으스스한 성당, 그리고 그 어둠 속을 거니는 뱀파이어. 무더운 여름에 오싹한 흡혈귀 이야기만큼 관객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뮤지컬 <카르밀라>는 이러한 뱀파이어 이야기의 전형을 존중하는 동시에 비틀어 개성 있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한다. <카르밀라>의 원작이 되는 소설이 어떻게 현대적 각색을 통해 화려하게 돌아왔는지 알아보자.
극적인 각색? 처음부터 동성애 코드는 있었다
본 뮤지컬의 원작이 되는 동명의 소설 <카르밀라>는 전형적인 뱀파이어 소설의 원조로 꼽힌다. 인지도 면에서는 브램 스토커의 1897년 소설 <드라큘라>가 앞서지만, 발간 시기로만 따지면 <카르밀라>는 그보다 25년 전인 1872년에 발간됐다.
뮤지컬과 원작 소설 모두, 오스트리아에 사는 소녀 '로라'와 마차 사고로 로라의 집에 머물게 된 흡혈귀 소녀 '카르밀라'의 이야기를 다룬다. 집 밖을 나서지 못한 로라와 세계 곳곳을 여행해 본 카르밀라는 서로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지고, 친구를 넘어서 연인에 가까운 관계를 맺는다.
▲ 뮤지컬 <카르밀라> 공식 공연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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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받는 존재'를 통한 섹슈얼리티의 묘사는 동시대 문학의 특징이기도 했다. 양성애자였던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1837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 <인어공주>를 발표한다. 사랑을 향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인어공주는 작가 자신이 동성에게 고백한 후 실연당한 슬픔을 구체화한 캐릭터이다.
이처럼 자칫 허무맹랑할 수 있는 '장르적 소재'는 <인어공주>에서처럼 금기시되던 섹슈얼리티에 대한 비유로 사용되기도 하고, <카르밀라>와 같이 섹슈얼리티 표현 자체를 더욱 자연스럽게 묘사하기 위한 '완충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인어나 흡혈귀라는 상상 속의 존재는 관객의 상상력을 확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뮤지컬 <카르밀라>는 이러한 효과를 수록곡 '지도 위를 걸어'의 가사를 통해 직시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난 알게 됐어, 또 다른 세상을"
▲ 뮤지컬 <카르밀라> 스페셜 커튼콜 (정예인/이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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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밀라>는 오는 9월 8일까지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 1관에서 초연한다. 무대의 규모 자체는 작지만 회전하는 벽 장치를 통해 로라의 집, 대성당, 그리고 바깥 공간까지 다양한 배경을 자유자재로 연출하여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오스트리아의 풍경으로 인도한다.
알찬 캐스팅 역시 뮤지컬 <카르밀라>를 관람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주연인 카르밀라 역에는 <식스 더 뮤지컬>과 <파과>등을 통해 이름을 날린 유주혜 배우, <레 미제라블>과 <위키드> 등에 등장한 전민지 배우, 그리고 아이돌 그룹 '러블리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정예인이 참여했다.
또 다른 주연인 로라 역에는 <넥스트 투 노멀>등에 참여한 이서영 배우, 뮤지컬 <데미안>에서 1인 2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해 낸 박새힘 배우, 그리고 <더데빌: 에덴> 등을 통해 이름을 날린 이재림 배우가 참여했다.
▲ 뮤지컬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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