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가면 지갑 열렸다…카드결제, 국내 5% 늘 때 해외 25%
국내 소비 부진으로 내수 회복이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해외 소비는 딴 세상이다. 올해 상반기 주요 카드사의 해외 카드이용실적은 1년 전보다 25%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카드이용금액이 같은 기간 5%대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5배 수준에 달한다. 해외여행 증가로 한국 밖에서 돈을 더 쓰면서 내수 부진이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2로 1년 전보다 2.9% 감소하면서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최대로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감소세로, 역대 최장 기간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 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하면서 “내수 부진”을 그 이유로 들었다.
카드결제액, 국내 5%, 해외선 25% 늘어
지표는 분명 내수 부진을 가리키는데 카드 사용액은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자료를 보면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의 상반기 카드 사용실적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국내와 해외를 비교해 보면 해외 카드 사용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국내 신용·체크카드 이용금액(개인·일시불)은 295조1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9조5000억원)보다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카드이용금액(개인·일시불)은 7조900억원에서 8조9100억원으로 25.7% 늘었다. 현금 등을 포함하면 내국인이 해외에서 실제로 쓴 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고금리로 인한 소비력 감소라는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내수 부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해외 소비 증가가 꼽히는 배경이다.
해외 카드사용이 급증하다 보니 여행수지 적자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여행수지는 64억8000만 달러 적자로, 상반기 기준 2018년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여행 수입은 78억4000만 달러에 그쳤지만 내국인은 해외에 나가 143억2000만 달러를 사용하면서 작자 폭을 키웠다.
‘수퍼엔저’에 해외여행 급증
상반기 엔화 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수퍼 엔저’가 이어진 것도 원인이다. 엔화가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해외여행의 가격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1~6월 일본으로 여행을 간 내국인은 444만2000명으로, 국가별로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국민이 찾은 국가였다. 수퍼 엔저는 해외 직접구매(직구)도 부추겼다. 상반기 일본으로부터의 직구액은 2655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96억5000만원)보다 15.6% 증가했다.
트래블카드 보편화도 영향
해외에서 카드사용액이 증가한 데는 트래블카드 사용이 늘어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트래블카드가 인기를 끌면서 원조 격인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신용·체크카드는 가입자 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주요 금융사마다 해외결제 수수료 무료 등 혜택을 내건 카드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해외에서의 카드 결제액 증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여행이 집중되는 7~8월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 국내와 해외 카드결제액 증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가지 못한 여행수요가 있는 데다 국내 여행지 물가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오르다 보니 해외로 가겠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 들어와야 하는데 중국·일본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국내 물가가 이를 제약하는 상황이다. 물가상승률 2%대에 만족할 게 아니라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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