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쿨링팩은 국룰""후드티 공동구매"…폭염 속 오피스 극과 극
제약회사에 4년 째 근무 중인 A씨는 사무실에 쿨패치를 쟁여 두고 사용한다. A씨는 “아이들 열 내릴 때 사용하는 의료용 패치지만 부위별로 열을 식히기 좋다”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B씨의 회사는 3년 전 입주하면서 3000만원을 들여 에어컨을 새로 설치했다. 기존 냉방 시스템은 오후 6시면 꺼져서 야근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B씨는 “큰 비용이 들었지만, 폭염에 열대야가 닥친 요즘엔 없었으면 큰일났겠단 생각이 든다”며 “에어컨 가동과 별개로 자리마다 USB 선풍기는 물론이고 얼음물 담아두는 텀플러, 식후 아아는 필수”라고 말했다.
반대로 과도한 실내 냉방으로 추위에 떠는 경우도 있다. 설계업무를 8년째 하고 있는 직장인 C씨는 “냉방이 세다 보니 얼마 전 몇몇 동료들과 실내에서 입을 후드티를 공동구매했다”며 “에어컨을 트는 한여름이 되면 사무실에 반팔, 반바지와후리스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폭염경보로 인해 공무원들의 근무 여건은 한결 나아졌다. 구청 공무원 D씨는 “몇년 전만 해도 행안부에서 여름마다 냉방 상태가 과도하지 않은지 점검을 자주 나왔는데 올해는 이와 관련 일절 터치가 없다”며 “폭염 경보 발동으로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동사무소, 구청 공간이 늘다 보니 공무원들 근무 환경은 평년보다 쾌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기준에 따르면 관공서는 실내 온도를 26도로 유지해야 한다. 다만 주민이 이용하는 민원실과 무더위쉼터는 자율로 온도를 정할 수 있다. 서울 시내 무더위쉼터는 구청과 동사무소를 포함해 2000여곳 운영 중이다.
서울 시내 한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구모(43)씨는 “지어진 지 30년 넘는 낡은 건물이라서 냉방을 세게 해도 별로 시원하지 않다”며 “무더위쉼터로도 사용되는 덕분에 전체 온도를 21~24도로 설정해둔다”고 말했다. 다만 6평 남짓 공간에 20여 명이 넘게 빼곡히 사무실을 쓰다 보니 얼마 안 있어 더위가 느껴졌다. 사무실 직원들은 자리마다 얼굴 방향으로 손목 선풍기를 고정해두었고, 사무실 중간에는 중형 선풍기도 가져다 두었다. 사무실 온도계에 표시된 실내 체감 온도는 28도였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을 개정하면서 사업장별로 온열 질환 예방 가이드를 배포했으나 역대 최장기로 길어진 폭염 앞에선 무용지물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전력수요를 최대 97.2GW까지 예상하고 있다.
서울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17년 만에 최장 열대야 기록을 경신 중이다. 도시 중심부 기온이 더 높아지는 열섬현상으로 인해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날이 지난달 21일 이후 28일을 넘겼다. 기상청은 “서울의 경우 28일까지 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해 연속 열대야 기록이 40일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일 체감 온도가 35도 이상일 때 내려지는 폭염경보도 지난달 31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폭염경보가 수시로 발동되고 있어 기상청은 올해 사상 처음 '폭염백서' 발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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