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도 거친 요직... '검찰 특활비' 의심스러운 정황들
[하승수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3년 7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필자가 추적해 온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 알려지지 않은 핵심 보직이다. 그러나 정책기획과장이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까지 전모를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조각조각의 정황들이다.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의 역할
필자가 원고가 되어 대검찰청을 상대로 한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 1심을 한창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대검찰청은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가 한 장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송은 매우 긴장되고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변론기일이 열리는 날 법정에서 치열하게 변론을 끝내고 나오는데, 대검 공판송무2과장인 부장검사가 갑자기 '변호사님, OOO 검사가 이거 담당인데요. 변호사님하고 아는 사이인 것 같던데'라고 말을 걸었다.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에는 보통 여러 명의 검사들이 소송수행자로 법정에 출석하는데, 당시엔 대검찰청 공판송무2과장이 직접 법정에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공판송무2과장이 말한 검사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이름이었다. 당시엔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고 얘기하고 헤어졌는데,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 그 검사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라는 자리가 검찰 특활비와 관련된 핵심 보직이라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알아볼 방법은 없었다.
다만 정책기획과장이 대검찰청 내부에서도 핵심보직이라는 언론보도는 숱하게 찾을 수 있었다.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상으로도 기획조정부에 속해 있는 정책기획과의 업무는 매우 광범위했다. ▲주요업무 기획에 관한 사항 ▲국정감사 및 국회 관련 업무 ▲검사장회의 관련 업무 ▲대통령,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지시사항 관리 및 전달 ▲대검찰청 각 부서 간의 분장 사무 및 현안 업무 조정 등 검찰총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주요 업무를 맡고 있는 자리다보니, 특수활동비 지출에도 관여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재차 들었지만, 명확하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검찰 특활비 제도 개선 TF'에 포함된 정책기획과장
2023년 4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면서 검찰로부터 특수활동비 자료 6805쪽을 수령하게 됐다. '한 장도 없다'던 자료가 수천 쪽이나 존재했다는 것을 이 때 확인하게 되었다.
그 뒤 자료 분석을 위해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그동안의 자료들을 샅샅이 찾게 되었는데, 2017년 6월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이 드러난 직후에 법무부·검찰이 구성한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TF'에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들어간 사실을 발견했다.
▲ 2017년 법무부가 작성한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 |
ⓒ 하승수 |
한동훈의 뻔뻔한 버티기와 논점 흐리기
정책기획과가 검찰 특활비와 깊숙하게 관련돼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더 있다. 필자는 지금 대검찰청을 상대로 특활비 정보공개 관련 추가 소송을 진행중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가 소송의 소송수행자 중에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 포함되어 있다. 행정소송의 소송수행자는 연관 있는 부서의 책임자와 실무자들이 맡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 보더라도 정책기획과는 검찰 특활비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소송 과정 등에서 확인된 대검 정책기획과의 흔적을 쫓다보니, 법무부 장관 시절 한동훈 대표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대표는 장관 시절 검찰 특활비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 방어한 것은 물론 논점을 흐려서 문제를 덮으려 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2023년 7월~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중 2017년 상반기까지의 자료가 폐기된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 "2017년 9월 이전 2개월에 한 번씩 자료를 폐기하는 원칙이 있었다"라고 밝혔다가, 이후 "1달에 한 번씩 폐기하는 관행이 있었다"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그는 자료 불법폐기라는 명백한 불법이 드러났음에도 '문제없다'는 식으로 버텼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특수활동비를 '명절 떡값'으로 사용한 의혹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흥분하면서 논점을 흐리기도 했다.
법무부장관 시절 한동훈 대표의 발언 등을 떠올리다보면, '본인이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을 지냈고 검찰 특활비와 관련된 문제를 잘 알고 있기에 특활비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식 반응을 보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동훈 대표는 그 누구보다도 검찰 특활비가 검찰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뻔뻔하게 버티기'와 '논점 흐리기'로 비판 여론을 피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검찰 특활비를 둘러싼 불법의혹 진상규명 과정에서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도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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