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내내 압도한 공포, 그녀의 활약은 덤
[장혜령 기자]
▲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스틸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1편으로부터 20년 후, 2편의 약 37년 전인 2142년을 사는 MZ 세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빛을 볼 수 없는 어둡고 답답한 행성 잭슨에서 꿈과 희망을 제거당한 아이들은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가려는 열망을 품게 된다. 늘 그래 왔듯이, 부모처럼 살고 싶지 않은 자식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한다.
웨이랜드 유타니(회사)의 식민 행성 잭슨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은 부모 세대의 노동, 질병, 가난을 피하고자 더 나은 이바가로 이주를 꿈꾼다. 허나 꿈과 희망을 팔아 노동력 착취를 일삼는 회사는 제멋대로 계약을 연장하며 발목 잡기 급급하다.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보내고 있을 수 없는 노릇. 표류 중인 회사의 화물선에서 동면 연료를 훔쳐 이바가로 떠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거대 우주 기지와 소행성 충돌(시간 제한) 상황이었고 예상치 못한 에이리언의 공격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다. 어디로도 도망갈 곳 없는 우주선에서의 생존 사투는 절망이 되어가고 반드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감독은 원작자 리들리 스콧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찾아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스토리를 개발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로마 건국 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신화에 따르면 쌍둥이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버려져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 그중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훗날 로마를 건국하게 되는데 끊임없이 다른 생물을 섭취해 진화한 인류를 상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 나아가 회사는 에이리언과 인간의 합성체 즉, 완벽한 유기체를 꿈꿔왔다. 거듭 실험에서 실패했지만 혼합물을 지키려는 야욕이 앞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스틸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늘 그래왔듯,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우정을 넘어선 관계를 주목하게 된다. 이번에는 AI와 인간의 공존을 아우른다. 고철 더미에서 주워 온 안드로이드 앤디는 아빠가 입력한 미션(레인을 지켜라)을 지키는 데만 꽂혀있다. 하지만 어딘가 어리숙해서 지키기는커녕 챙겨주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거듭된다.
앤디는 모듈을 교체한 후 막강한 두뇌와 엄청난 괴력으로 난관을 물리치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새로운 명령값(회사 자산을 지켜라) 때문에 철저히 계산된 판단만 앞세우는 섬뜩한 모습도 보여 윤리적 딜레마에 처한 인간을 당황하게 한다.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이 떠오르는 여러 행동은 최근 AI가 생활까지 맞닿은 상황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영화는 기계와 인간의 갈등, 대자본 속의 한낱 기계가 된 인간의 처지를 잔인하게 보여주며 인류의 미래 및 AI와의 공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스틸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에이리언 시리즈는 20세기 호러 스페이스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지휘를 맡았던 감독만 봐도 심상치 않다. 지금은 거장으로 불리는 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론, 데이빗 핀처, 장 피에르 주네다. 당시 촉망받는 신인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어쩌면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낙점은 예상된 결과라 볼 수 있다.<이블 데드> 리부트, <맨 인 더 다크>,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연출했다. <맨 인 더 다크>는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공포영화다.
어린 시절 <에이리언>을 보고 광팬이 되었다는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통성은 유지하되 새로운 디테일이 가득 담긴 에이리언의 7번째 영화를 완성했다. <맨 인 더 다크>를 통해 밀폐된 공간에서 벌이는 사투와 스릴로 한국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만큼, 광활한 우주의 폐쇄성은 그의 장기를 발휘하기 좋은 또 다른 무대가 되기 충분했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퀘어, 도망갈 곳 없는 답답한 우주선에서의 액션, 정보도 없는 괴물과 갇힌 공포는 패닉 그 자체로 다가온다. 필자는 영화 감상 내내 준비된 팝콘을 먹지도 못했다. 에이리언이 화면을 뚫고 나올 듯이 생생했는데 급기야 등받이가 뚫릴 만큼 뒤로 물러서느라 근육통이 동반되어 고통스러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던 러닝타임을 보냈다.
시작부터 끝까지 지루함 없이 몰입을 돕는 연출은 역시 통했다. 초기 시리즈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처음 보는 관객의 이해까지 아우른 연출이 특징이다.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불편하지 않은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스타일도 장점이다. 앞으로 또 다른 에이리언 시리즈의 부활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의 덕심은 여전히 충만해져만 간다. 잘 만든 IP 하나가 식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 독보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의 영역을 창조한 사례는 영화 역사상 큰 수확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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