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D-1…지지자도 시위대도 시카고에 모였다[르포]
전당대회를 앞둔 18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집결한 민주당원들과 대의원들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거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후보 사퇴 전 고령 논란 등으로 침체됐던 바이든 대통령의 유세장과는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시카고엔 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대의원 5000여명, 자원봉사자 1만2000명, 미디어 취재진 등 총 5만여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전당대회에 맞춰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 등이 수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함에 따라 시카고 시내 곳곳에선 긴장감이 흘렀다.
“가장 달라진 점은 자신감과 에너지”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앞에서 만난 민주당원이자 자원봉사자 신시아 워커는 “해리스가 나선 뒤로 가장 달라진 변화는 침체돼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활력을 되찾고 승리에 대한 가능성에 흥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인 알렉산드라 마일즈는 “민주당원들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앞서나갔고 트럼프에게 질 가능성이 없다며 안주했기 때문에 패배했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도전자가 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빠르고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고 했다.
달라진 분위기는 전국에서 모여든 대의원을 맞이하는 공항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시카고 미드웨이 공항에서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옷을 입고 대의원들을 안내하던 수잔 루이스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도 가봤다’는 기자의 말에 “트럼프의 자기 자랑과 그들끼리의 가짜 신(fake god) 만들기를 했던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민주당이 추구하는 다양성과 포용, 통합의 메시지를 공화당과 잘 비교해달라”고 당부했다.
연일 ‘해리스 우세’ 여론조사
민주당 지지자들의 자신감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와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가 49%의 지지율로 45%에 그친 트럼프를 앞섰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공개된 CBS 방송과 유거브의 조사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51%의 지지를 기록해 48% 지지율을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세를 나타냈다. 모두 오차범위(±2.5%포인트) 내지만 후보 사퇴 전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최대 9%포인트 뒤졌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날 오전 12시(현지시간) 기준 미국 선거분석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베팅업체 7곳은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 확률이 더 높다고 봤다. 이들 업체가 분석한 평균 승리 확률은 해리스 부통령이 51.3%로 트럼프 전 대통령(47.3%)보다 높았다.
이같은 상승세에 이번 주 전당대회를 통한 '컨벤션 효과'가 더해지길 기대하는 해리스는 이날 부통령 후보 지명자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버스로 돌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해리스는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로체스터 연설에선 “앞으로 (투표일까지 남은) 79일간 공동체와 연합체를 구축하고, 우리가 여기에 함께 올인하고 있음을 상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 '공무원 물갈이'를 예고한 트럼프를 겨냥해선 “남을 때려 부수는 데 관심이 있는 겁쟁이”라고 비판하면서 “리더의 진정한 힘은 누군가를 때려눕히는 게 아니라 들어 올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 긴장 고조…대회장 곳곳 통제
전당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시카고에는 산발적인 집회와 경찰의 통제 등으로 긴장감이 흘렀다. 전국 200여개 단체가 참가한 ‘민주당 전당대회로 행진’(DNC 행진)이 전당대회 첫날과 마지막 날인 19일과 22일 행사장인 유나이티드센터 인근 유니언 공원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날 현지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당대회장 곳곳을 통제하고 있었다. 유나이티드센터 내부로 입장하기 위해선 3종류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매번 엄격한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전당대회 하루 전인 이날도 행사장 주변에선 집회가 진행됐다. 여성의 임신중절권과 성소수자 권리 확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유나이티드센터에서 10㎞ 떨어진 미시간 애비뉴에서 행진을 벌이고 “전당대회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의 행진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도 가세하면서 “팔레스타인 해방”의 구호도 나왔다.
시위대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토마스 존슨은 “민주당은 ‘피의 전당대회’로 불리는 1968년 사태를 기억하고 있다”며 “집회가 전당대회에 나쁜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베트남 반전 시위가 한창이던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시카고에선 반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유혈사태로 번졌다.
반면 숀 하우저는 “시위대 대부분이 얼굴을 가리지 않는 것 자체가 민주당이 추구하는 자유와 다양성을 뜻한다”며 “시위대가 트럼프가 아닌 해리스의 집회에서만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해리스를 대화상대로 여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고 주장했다.
시카고=강태화 특파원, 장윤서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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