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교대 재학 시절 '신입 여학생 외모평가' 자료 만든 초등교사…"징계시효 지나"

최석진 2024. 8. 1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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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재학생 공공기관의 종사자로 볼 수 없어"
10년 징계시효 아닌 3년 징계시효 적용 사안

서울교육대학교 재학 시절 과 전통에 따라 신입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한 소개자료를 만들어 졸업생들과 공유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내린 징계 처분을 취소해야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재판에서는 교대를 졸업하고 교사가 된 사람에게 교대 재학 당시의 사유로 징계를 내릴 때 몇 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될지가 쟁점이 됐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원은 교대 재학생이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종사자'가 아니라 공공기관으로부터 일정한 역무를 제공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에 대한 10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될 수 없고,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대한 3년의 징계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경우 이미 징계시효가 지난 이후에 징계의결 요구가 이뤄졌기 때문에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서울의 모 초등학교 교사 송모씨가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비위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 라목에 따른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고 봐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성희롱의 주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정의) 3호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의 여러 유형을 나열하면서 라목에서 '성희롱' 행위를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의 '공공기관'에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 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가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조항들을 언급하며 "이 사건 비위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 라목에 따른 성희롱 행위에 해당하려면 원고가 이 사건 비위사실과 같은 행위를 했을 때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였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한편 여기서 말하는 '공공기관의 종사자'에 해당하려면 적어도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런데 원고는 당시 교대 국어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상 또는 법률상 원인에 의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일정한 역무를 제공받는 사람이었을 뿐이므로, 교대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원고가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비위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 라목에 따른 성희롱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1항에 따라 3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되고, 피고의 징계 의결요구는 이 사건 비위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20년 3월 2일 이뤄졌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시효가 경과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송씨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6년 같은 학과 남자 학생들과 일부 졸업생들이 참여하는 '남자대면식'에서 사용하기 위해 신입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의 '신입생 소개자료'를 제작했다.

당시 해당 학과 남학생들은 학과 내 축구 소모임에 자동으로 가입됐는데, 선후배 간 친목 도모 명목으로 매년 3월 말에서 5월 사이에 재학생 전원과 졸업한지 얼마 안 된 남자 졸업생들이 모여 '남자대면식'을 진행했다. 낮에 모여 축구를 한 뒤 저녁에 학생회관에 있는 툇마루에서 술을 마시는 행사였다.

남자대면식 행사 진행은 3학년이 주도했고, 2학년은 신입생 소개자료를 만들어와 행사에 참석한 졸업생들에게 제공했다.

2016년 당시 16학번들의 소개자료는 송씨를 포함한 15학번 4명이 만들었는데, 4명 중 1명이 16학번 학생 1명에게 '지도교수에게 보낼 16학번 신입생들 명단을 작성해야 하니까 16학번 학생들로부터 사진을 한 장씩 받은 뒤 사진파일 제목에 이름, 학번을 기재해 내일 점심 전까지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이 말을 들은 16학번 학생은 동기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해 사진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송씨 등은 이런 식으로 확보한 16학번 여학생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이름 외에 나이 소속 소모임, 신입생들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문구를 추가해 소개자료를 만들었다. 가령 술을 잘 먹는 학생은 '알콜왕', 공룡을 닮은 여학생에게는 '공룡상'이라고 적는 식이었다.

남자대면식에서 졸업생들은 해당 자료를 돌려 보면서 남자 재학생들을 한명씩 불러 세운 뒤 자기 소개를 하면서 '호감 가는 여성' 1명의 이름을 말하게 했고, 졸업생들은 2학년이 만들어온 소개 자료를 보고 외모 평가 등을 한 후 호명된 여학생들의 이름과 평가 내용을 따로 준비한 스케치북에 기재했다. 선배들은 '남학생들끼리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겹치면 안 된다'는 명분 하에 이런 과정을 '교통정리'라고 불렀다.

그런데 2019년 3월 1일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이 남자대면식 과정에서 여학생들에 대한 얼굴, 몸매 평가 등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고, 같은 날 국어교육과 17학번 남학생들은 '졸업생들이 2016년까지 신입생 소개자료를 이용해 얼굴 평가 등을 했으나, 2017년부터는 그러한 일이 없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과문을 작성했다.

며칠 뒤인 같은 해 3월 7일 송씨를 비롯한 국어교육과 15학번 남학생들도 ▲교통정리 시간에 호감있는 사람의 이름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한 것 ▲2016년 남자대면식에 사용된 16학번 신입생 안내 책자를 만든 것 ▲남자대면식의 악습을 알면서 방관하고 후배들에게 그대로 인수인계한 것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다.

국어교육과 여학생 2명은 2019년 3월 14일 교대 대학생활문화원 내에 설치된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창구에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의 남자대면식 당시 성희롱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신청했고, 같은 해 3월 16일부터 각종 언론에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특별시교육청 감사관은 2019년 6월 13일부터 8월 22일까지 서울교대 졸업생 중 원으로 임용됐거나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2019학년도 서울특별시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2020년 3월 1일부터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송씨 역시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 징계위원회는 송씨가 2016년 신입 여학생들에 대한 외모 평가가 포함된 자료를 제작해 남자대면식에서 졸업생들이 돌려보며 외모 평가나 성희롱의 매개체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 제63조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020년 3월 2일 서울특별시 교육청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그리고 징계의결을 거쳐 같은 해 11월 27일 송씨에게 견책 처분의 경징계가 내려졌다.

송씨는 징계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사는 교장이나 교감에 임용될 수 없고, 상당한 기간 담임교사로 근무할 수도 없기 때문에 비록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 처분이었지만 송씨로서는 징계 처분의 적법성을 다퉈야 할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송씨에 대한 교육당국의 징계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에서 송씨는 자신이 문제가 된 자료를 만든 건 사실이지만 당시 남자대면식에서 학생들의 외모 평가나 성희롱 등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화 하는 발언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자료가 성희롱의 매개체로 사용되지 않았고,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자료에 여학생을 외모로 평가한 '공룡상' 등 표현이 기재돼 있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 지도교수에게 제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거짓말을 통해 사진을 구하고, 그 중 여학생들의 사진만 이용해 자료를 제작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2016년 남자대면식 당시 원고가 제작한 이 사건 책자를 이용해 신입 여학생들에 대한 외모 평가나 성희롱 발언 등이 이뤄졌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송씨와 함께 자료를 만들었던 동기생이 17학번 남학생들에게 남자대면식에 관한 인수인계를 하면서 "우리 이제 남자대면식 하잖니. 작년까지는 신입생 프로필이라고 해서 조금 더럽게 여자 신입생들만 소개하고 그랬었단 말이야"라거나 "근데 요새 사회적으로 문제가 좀 많이 되는 일이라서 그냥 신입생 프로필만, 남자, 여자 모두 합해서 사진이랑 같이 간략한 소개 글 하나 만들어야 해. 절대 점수, 외모 평가 이런 거 쓰지 말고"라고 얘기한 점 등을 언급하면서, 해당 발언은 이 사건 비위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 전에 이뤄진 발언으로 신빙성이 높고 지적했다.

송씨는 또 자신이 공무원 신분을 취득하기 전 대학생 때의 행위를 원인으로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78조 2항, 3항의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재직 중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할 것이나, 비록 임용 전의 행위라 하더라도 이로 인해 임용 후의 공무원의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게 된 경우에는 위 국가공무원법 제78조 1항 3호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배척했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 1항 3호는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를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송씨는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시효가 3년인데, 2016년 3월에 발생한 비위사실에 대해 이미 3년의 징계시효가 도과된 이후인 2020년 3월 2일 징계의결 요구가 이뤄져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송씨가 재판을 받을 당시의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징계 및 징계부가금 부과 사유의 시효) 1항은 '징계의결등의 요구는 징계 등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제78조의2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5년)이 지나면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교육공무원법 제52조가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사유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1항에도 불구하고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이내에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조 4호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 라목에 따른 성희롱 행위'를 열거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국가공무원법상의 3년의 징계시효가 아니라 교육공무원법 제52조 4호에 따른 10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돼야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 당시 교대 학생이었지만 이 사건 처분 당시 초등학교 교사로서 각급 학교의 종사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비위행위는 교육대학교의 특성상 향후 같은 지역 초등학교에서 동료 교사로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여학생들을 상대로 선배의 지위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업무 등과 관련해 이루어진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못 볼 바 아니며, 성별을 이유로 이뤄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앞서 밝힌 것처럼 교대 재학생은 공공기관의 종사자나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시효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적용될 수 없고,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3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돼야 하는데 이 사건 징계의결 요구는 비위사실을 저지른 때로부터 3년이 지난 이후에 이뤄졌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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