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추도식에 등장한 일본 저널리스트의 깜짝 발언

박철현 2024. 8. 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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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주쿠서 15주기 추도식 열려... "DJ 촬영한 수백장 사진, 전부 기증하고 싶다"

[박철현 기자]

 취재 후일담을 말하면서 DJ를 직접 찍은 사진을 들어 올리는 요시오카 고. 그는 자신이 찍은 DJ 사진을 전부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 박철현
"처음 한국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1968년부터입니다. 원폭 피해자들을 취재하면서 꽤 자주 한국을 왔다갔다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김대중이란 정치인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한국 김대중 관련 센터에 기증하고 싶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지난 18일 고 김대중 대통령 추도식이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36도 폭염에 휴일이었음에도 신주쿠에 마련된 추도회장에는 100여 명의 참석자가 몰렸다. 미리 마련해 둔 좌석이 꽉 차 간이의자를 준비했어야 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김대중재단 일본지부 김달범 대표는 개회사에서 "처음에 열서너 명이 모여 식당 한편에서 조촐하게 시작했던 추도식을 15년 동안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지금이야말로 문화, IT, 외교전략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미래를 내다보고 실천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선견지명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손에 넣은 김대중 납치사건 극비문서,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이 지난 18일 도쿄 신주쿠에서 열렸다.
ⓒ 박철현
이번 추도식에선 특별한 영상이 공개됐다. 일본 민영방송 TBS의 간판프로그램 <보도특집>이 1998년 8월 9일에 방영한 '김대중 납치사건 - 25년만의 추적'이다. 그리고 98년 당시 직접 한국 현지에서 김대중 납치사건의 주모자 및 협력자들을 취재한 프로듀서 요시오카 고씨가 직접 추도식에서 취재 후일담까지 전해줬다

그는 "50여 년의 저널리스트 인생에서 한국은 나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라면서 "68년 원폭 피해자 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았고, 자연스레 박정희 정권과 맞서 싸우는 젊은 정치인 김대중을 알게 됐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73년 8월 8일 그랜드팔레스 호텔에서 김대중이 납치됐을 때 온갖 추측이 나돌았지만, 결국 한일 간의 정치적 결착이 이뤄졌다. 그런데 25년이 지난 98년 초 모종의 극비문서가 내 손에 들어왔다. 73년 당시의 납치사건에 관한 매우 상세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내부문서였는데, 중정부장 이후락과 차장 이철희 이름을 비롯해 실제 납치를 행한 사람들 이름과 계획까지 상세하게 적힌 문서였다."

그는 "아마도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됐으니까 안기부 내부에서도 이 문제만큼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극비문서를 누설한 게 아닌가 싶다"라는 생각을 내비쳤다.

요시오카씨는 그 문서를 토대로 98년 2월부터 7월까지 약 5개월간 한국 전역을 다니며 문서에 적혀있던 관계자들은 물론 당시 김대중을 납치해서 실었던 '용금호' 선장 등을 직접 만나 김대중 납치를 최종적으로 누가 지시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했다.

"취재를 하면서 극비문서의 신뢰도가 아주 높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렇다면 가장 상단에 이름이 실려 있는 이후락을 만나야 했다. 이후락은 이미 은퇴한 상태였고,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찾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요시오카씨는 숱한 추적 끝에 산책하는 이후락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시오카씨의 질문에 이후락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가 말한다.

"한국 언론과 이후 정부차원의 공식조사 등에서 박정희가 실제로 지시한 것인지 아니면 이후락이 박정희의 마음을 읽고 알아서 움직였는지(忖度, 촌탁)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납치사건으로부터 25년이 지난 98년, 다시 26년이 지난 지금도 더 이상 밝혀진 게 없다는 사실을 보면 납치사건의 진상은, 아쉽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이지 않을까 싶다."

"김대중 사진 1000여 장, 살아있을 때 한국에 기증하고 싶어"
 김대중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이 지난 18일 도쿄 신주쿠에서 열렸다.
ⓒ 박철현
추도식 준비위원회 김상열 위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현재 한국 상황을 거론하며 지금이야말로 김대중 정신이 되살아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뒤풀이 겸 다과회에서 요시오카씨는 기자에게 따로 "한국을 들락날락하면서 김대중 선생을 찍은 사진들이 천여 장 가까이 되는데 내가 죽어버리면 이 사진들 사라질 것 같기고 하고… 아무튼 내가 살아있을 때 한국에 기증하고 싶다"라는 의사를 전해왔다.

요시오카씨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의 홈페이지를 보여주자 놀라면서 기뻐했다. 50년이 넘는 취재 인생 중 한국과 오키나와는 자신과 떼어 놓을 수 없는 테마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여전히 형형했고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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