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송·억류 따져물었지만…북한 "내정간섭 거부"
北 "전형적인 반북 인권 모략…사법권 침해"
11월 북한 인권검토…"정부가 더 압박해야"
북한이 강제 북송 탈북민과 북측에 억류 중인 우리 선교사에 대한 정보를 묻는 유엔 측의 서한에 '정치적 음모'라고 반박했다. 오는 11월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를 앞두고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북한의 답변서에 따르면, 방광혁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대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에 "언급된 주장들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전형적인 반북 인권 모략"이라며 "이러한 주장은 우리의 존엄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며 주권 국가의 사법 관할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방 대사대리는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모략 행위"라며 "북한은 이를 주권 침해이자 내정간섭으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거듭 반발했다. 그러면서 "(WGAD 측이) 주장 이면에 있는 악랄한 동기를 파악하고 허위사실과 추측을 근거로 결탁하는 적대 세력의 잘못된 시도에 대해 공정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적반하장식 태도까지 보였다.
WGAD는 앞서 지난해 10월 대규모 강제 북송 당시 북한에 끌려간 것으로 알려진 탈북민 김철옥씨에 대해 올해 5월 10일,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선교사 3명(김정욱·김국기·최춘길)에 대해서는 지난달 26일 각각 북한에 서한을 보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500명 규모의 탈북민을 대거 북송했다. 김철옥씨는 당시 바이산 구류소를 거쳐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8년 당시 열네 살의 나이로 탈북한 뒤 중국 지린성의 한 농촌으로 팔려 가 서른 살 많은 현지 남성과 결혼했는데, 그가 북송됐다는 건 당국이 현지 탈북민을 장기간 감시해오다 조직적으로 송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정욱 선교사의 경우 2013년 10월 평양에서 체포됐으며, 이듬해 5월 재판에서 국가전복음모죄·반국가선전선동죄·비법국경출입죄 등의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부터 10년째 억류 중이다.
WGAD는 1991년 당시 유엔 인권위원회(지금의 인권이사회)가 세운 기관으로, 국제기준을 위반한 자의적 구금에 대한 진정을 조사하고 당국에 시정을 요청한다. 2020년 5월에는 KAL기 납북 사건에 따른 피해를 인정하고 피해자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북한 특성상 정보 수집이 어렵다 보니 그간 강제북송이나 억류자에 대해서는 따로 다루지 않았지만, 이번 서한은 올해 3월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최진영씨와 통일부 납북자대책팀이 스위스 제네바를 찾은 게 계기로 평가된다. 당시 통일부·외교부 등 관계부처에서 유엔 인권이사회와의 소통을 주선했고, 귀국 이후에도 피해자 가족들과 온라인 미팅 등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WGAD에서 피해자 측 진정서를 받아 북한에 사실 확인과 입장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오는 11월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를 앞뒀다. 김철옥씨 사건은 이달 마지막 주 심의될 가능성이 높지만, 선교사 3명에 대한 문제는 북한 UPR 전까지 심의될지 불투명하다. UPR은 대표적인 유엔 인권보호 메커니즘으로, 모든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심의하고 각국이 수검국을 상대로 법·제도·정책 등을 고치라고 권고하는 제도다. 올해 1월 열린 중국 UPR 당시에는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탈북민'을 명시해 강제 북송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신희석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다른 국가들이 이 사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2019년 북한 UPR 당시 우루과이·아이슬란드 등 국가들이 KAL기 납북사건과 황원 씨(납치 당시 MBC PD)의 이름까지 언급했는데, 이처럼 명시적인 지적이 나와야 북한 당국에 훨씬 큰 압박이 된다"고 당부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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