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독립출판사의 앞선 안목, 이유를 알았습니다

김규영 2024. 8. 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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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호기심과 즐거움이 동력... '프로파간다' 출판사 김광철 대표와 나눈 북토크

[김규영 기자]

'책의 물성'을 주제로 프로파간다 출판사 대표를 초대해 우리가 북토크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 반응은 둘로 갈렸다. '프로파간다'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다며 갸웃거리거나, 대표적인 독립출판물 출판사이니 탁월한 선택이라며 엄지를 내밀거나.

군산 정담북클럽은, 이번 기회를 통해 책이라는 물건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나눠보고자 했다.
▲ 프로파간다 출판물 정담북클럽에서 프로파간다 출판물을 전시 감상하고 있다.
ⓒ 김규영
프로파간다 출판사가 낯선 독자를 위해 김광철 대표를 만나기 일주일 전, 우리는 그가 출판한 책들을 먼저 만나보기로 했다. 정담북클럽을 진행하는 인문학창고 정담은 반나절 동안 프로파간다 출판사의 팝업 전시장이 되었다.

8월의 첫 목요일. 휴가를 떠난 이들이 많아 '작가없이뒷담화'의 참여자는 평소보다 적었지만, 덕분에 카페를 오가는 사람들이 수 십종의 프로파간다 책들을 함께 살펴 볼 수 있었다.

"나는 좀비를 무서워하고 타투 같은 것도 싫어해요. 하지만 <좀비사전>(2016)이나 <문신유희>(2013) 같은 책들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래서 이런 책들을 만드는 출판사가 궁금해서 참석했어요."

한 참여자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되는무더위에도 불구하고, 8월 8일 '작가두고앞담화'에서 낮은 목소리를 이어가는 김광철 대표를 향한 참여자들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그의 출판 인생

김광철 대표는 잡지 제작을 위해 2007년 프로파간다 출판사를 설립했다. 2012년부터 단행본 출판도 시작했지만, 본인이 잡지사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작업에는 저널리즘 사고가 기반에 깔려 있다고 한다. 사전과 도감류 그리고 아카이빙 작업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파간다'의 책은 기승전결의 선형적 흐름보다 팩트를 나열한 사전적 형식을 선호한다. 독자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스스로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읽기를 기대한다. 평평한 구성이지만 정보 집적도가 매우 높다. 나 역시 같은 책을 읽어도 매번 다른 책을 읽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그는 이것을 민주적인 형식이라 부른다. 편집부는 전체적인 구조에 리듬을 넣어 의도를 담는다. 주제에 어울리는 종이를 찾는 작업도 창의적인 과정이다. 책의 판형은 물성의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에, 관습출판에서 벗어난 형태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 프로파간다 출판물 정담북클럽 [작가없이뒷담화]에서 프로파간다 출판물을 전시. 감상하고 있다.
ⓒ 김규영
'잡지는 잡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에 반발해 < GRAPIC그래픽 >을 창간했다.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을 담는 1990년대식과 정반대로 접근했단다. 예리한 기획으로 가능한 대상을 좁혀서 깊이 파고 들어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낯선 구성의 잡지는 천천히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시각문화와 하위문화를 향한 프로파간다의 관심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여자들이 인상적으로 꼽았던 책들도,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었다.

신조어를 포함한 인터넷 용어들을 모은 <에센스 B국어사전>(2019), 셜록 홈즈와 소년 탐정 김전일 등 대중문화 속 탐정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탐정사전>(2014), 고등래퍼 출연자 인터뷰집 <비트주세요>(2018) 등이 그렇다.

큼직한 글자로 한국 영화사의 주요 대사들을 담고 있는 <대사극장>(2024)도 그러하다. 게다가 이 책은 890여쪽의 두툼한 두께의 A4 사이즈 판형으로 빨간 표지에 굵은 검정 제목이 강렬하게 시선을 빼앗는다.

김광철 대표에게 독특한 소재를 어떻게 발굴했는지 묻자, 그는 별 뜻 없이 그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말하자면 일부러 '이상한 것'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는 뜻의, 우문현답이었다. 그는 이른바 주류의 시선으로 비주류 소재를 다루지 않는다. 결국, 그저 편견 없이 바라본 주변의 흔한 것으로 만든 책들이 '시대를 앞선' 안목이 된 것이다.
▲ 정담북클럽 part.4 책의 물성 정담북클럽은 프로파간다 김광철 대표를 [작가두고앞담화] 시간에 초대하였다.
ⓒ 문가은
그가 십 년 넘게 머물렀던 서울 홍대 앞을 떠나 전북 군산으로 온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어느새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는 일상이 '그 나물에 그 밥'과 같은 지루함으로 쌓이는 날들이 길어졌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는 공간을 옮겨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렇게 오게 된 군산행을 설명했던 지난 7월 전주책쾌 강연 제목은 '사랑과 혁명-여기는 군산'이었다.

'이상한 책을 만드는 이상한 사람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참여자들도 어느새 김광철 대표와 프로파간다가 군산에서 펼칠 행보에 대한 기대로 관심이 커졌다.

그는 이미 <군산 구도심 자영업 시각지도>(2023)를 선보였고 소통협력센터 군산과 협업하여 비매품<영화군산>과 <아틀라스 군산- 시티 가이드>를 제작한 바 있다. 필요가 아닌 순수한 호기심과 즐거움이 동력이 되었다. 그는 예각을 좁혀 대한민국의 한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밀고 있는 중이다.

8월 31일, 군산북페어 기다리는 이유
▲ 프로파간다 출판사 김광철 대표 정담북클럽의 [작가두고앞담화]에 초대하였다.
ⓒ 문가은
김광철 대표는 이러한 지역 활동이 출판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로파간다의 '그래픽숍'을 포함한 군산의 13개 서점의 연합체인 '군산책문화발전소'가 북페어 준비를 위해 2023년 뭉친 것이 시작이었다.

군산북페어 2024는 한국 북페어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고 한다.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출판 창작자들의 활발한 교류를 통한 문화의 장을 세우고자 한다.

독자들 또한 다양한 토크와 강연, 낭독회와 워크숍, 세 개의 전시와 100개의 출판사 부스를 만날 수 있으니 책 소비자가 아니라 책 향유자로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 군산북페어 2024 2024년 8월 31일-9월 1일, 군산회관에서 군산북페어가 열린다.
ⓒ 군산책문화발전소
이미 정담북클럽 참여자들은 군산 곳곳에 넘실거리는 짙은 노을빛 포스터에 설레고 있다. 군산회관 건물은 아직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건축가 김중업의 유작이자 오랫동안 군산 시민의 문화 산실이었던 구 군산시민문화회관을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기쁨도 있기 때문이다.

8월 31일과 9월 1일, 군산회관(구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개최되는 군산북페어 2024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공식 홈페이지(http://gsbf.kr)에서 찾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SNS 게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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