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불만’ 돌고래 공격에… 日해변서 한 달 새 16명 부상
갈비뼈 골절, 수십 바늘 꿰매기도
“외로운 돌고래” 추정… 접근 금물
일본의 유명 해안에서 돌고래의 공격이 지난 수년간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한 달 사이에만 16명이 다치는 등 최근 3년간 50명 가까운 사람이 돌고래에 공격받아 중경상을 입었다.
19일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보면 일본 후쿠이현 남서부 와카사(若狭)만에서 2022년부터 최근까지 돌고래 공격으로 최소 47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수는 손에 가벼운 물림 상처를 입었지만 일부는 골절이나 꿰매야 할 상처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아카사만에 접한 지역인 미하마(美浜)와 츠루가(敦賀) 인근 해변에서는 올해 7월 21일 이후 돌고래 공격으로 16명이 다쳤다고 현지 관계자들이 NYT에 전했다. 그중 두 명은 손에 심각한 상처를 입어 수십 바늘을 꿰맸다고 한다.
NYT는 “일본 중부의 목가적인 바닷가에서 구조대원들은 물속을 주의 깊게 살피며 지느러미가 보이는 순간 수영객들을 해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대기 중”이라며 “포스터에 그려진 날카로운 이빨은 해수욕객들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런 대비는 마치 상어 출몰 탓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위협은 돌고래다.
신문은 “3년째 물속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그 위험은 상어가 아니라 아마도 외롭고 성적으로 좌절한 한 마리 돌고래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츠루가보다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간 지역인 에치젠(越前) 인근 해변에서는 2022년 21명이 돌고래 공격으로 다쳤다고 후쿠이현 경찰은 발표했다. 공격 대부분이 여름에 발생했다.
그해 8월 말 주니치신문은 후쿠이 지역 해수욕장 3곳에서 7~8월 사이 돌고래에 부상당한 사람이 20명에 달했다며 ‘돌고래가 위협하는 여름’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전문가도 ‘전대미문’이라고 할 정도의 비상사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022년 8월 13일 다카스 해수욕장에서 60대 남성이 수영 중 돌고래에 오른팔을 물린 지점이 해안에서 3~4m 떨어진 곳이라고 보도했다. 남성은 팔을 물고 놓지 않는 돌고래의 입을 벌리려고 했지만 돌고래는 그 위로 올라타 그를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고 한다. 주변에 있던 사람이 돌고래를 몰아낸 덕에 그는 살 수 있었다.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츠루가보다 남쪽인 미하마 해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그해에는 10명이 다쳤다고 경찰은 집계했다. 그중 한 명은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사람들을 공격한 돌고래는 한 마리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돌고래를 사육하는 에치젠 마츠시마 수족관의 마츠바라 료이치 관장은 2022년과 지난해 일부 공격 사진과 동영상에서 동일한 수컷 인도-태평양 병코돌고래를 확인했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올해 공격도 같은 돌고래 소행일 수 있다”며 “최근 영상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성체 돌고래는 일반적으로 몸길이가 약 2m, 무게는 200㎏ 정도로 거구다. 이들은 겨울에는 일본 앞바다(동해)를 떠났다가 여름에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고 주니치신문은 설명했다.
짝짓기 행동을 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2022년과 지난해 모습을 드러낸 돌고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식기를 대려고 하는 모습이 관찰된 적이 있다고 한다.
호주 제임스쿡대학 강사이자 해양연구원인 푸투 무스티카는 돌고래가 짝짓기 행동을 할 때 엄청난 힘 때문에 의도치 않게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NYT에 설명했다.
그는 “돌고래는 짝짓기할 때 매우 거칠어질 수 있다”며 “돌고래가 사람 위로 몸을 던지는 것은 성적 행위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런 행동은 ‘성적으로 흥분한 외로운 돌고래’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한다.
해당 돌고래가 원래 공격적이거나 사람들이 만지려고 하자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무스티카는 덧붙였다. 많은 해수욕객이 돌고래에게 다가가거나 접촉하려 할 때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돌고래에 다가가거나 만지는 등 상호작용을 하려고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츠루가 해상보안부도 경고문에서 최근 해수욕장에 나타나는 돌고래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목격 시 다가가거나 먹이를 주지 말고 곧장 물에서 나오도록 안내하고 있다.
마츠바라 관장은 “(돌고래가 아니라) 곰이었다면 사람들은 도망갔을 것”이라며 “파괴력 측면에서 돌고래와 곰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전문가들은 돌고래가 무섭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돌고래가 귀엽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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