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구단 강원FC, 우승 동화 주인공 될 수 있을까
[이준목 기자]
프로축구 강원FC가 K리그에서 연일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18일 강릉종합경기장에서 펼쳐진 '2024 하나은행 K리그1' 27라운드 홈경기에서 강원FC는 광주FC를 상대로 3대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강원은 4연승을 달리며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먼저 승점 50점(15승 5무 7패) 고지를 밟고,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켰다.
강원은 전반 14분 아사니에게 페널티킥(PK) 선제골을 허용한 데 이어, 7분 뒤에는 다시 아사니의 슈팅이 강투지의 몸을 맞고 굴절되는 불운의 자책골까지 이어지며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전반 추가시간에 코바체비치의 헤더로 추격 골이 터졌다. 후반에는 5분 만에 황문기의 크로스에 이어 코바체비치의 헤딩 멀티 골이 터져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 역전 골을 기록한 강원FC 헨리 |
ⓒ 한국프로축구연맹 |
강원은 이날 승리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기록을 수립했다. 15승은 2009년 강원 창단 이래 1부리그에서 한 시즌 최다승이다. 강원은 2부리그였던 2016시즌 21승을 거둔 바 있지만, 1부리그에서는 14승(2012, 2019, 2022)이 종전 최다 기록이었다. 승점 50점은 강원의 1부리그 한 시즌 최다승점(2019시즌 6위)은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K리그1 27라운드 시점까지 강원이 가장 먼저 승점 50점 고지에 오른 것과,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모두 역대 최초다. 아직 리그가 파이널라운드를 포함한 11경기나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강원은 앞으로 승점을 추가할 때마다 구단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셈이다.
더구나 강원은 올 시즌 창단 첫 우승의 꿈도 무르익어가고 있다. 강원은 2008년 창단 이래 강호와는 줄곧 거리가 멀었다. 강원의 1부 리그에서의 최고 성적은 6위만 3번 기록했다. 리그 성적이 저조하다 보니 아시아클럽대항전과도 인연이 없었고, 컵대회 우승과도 거리가 멀었다.
2013년에는 2부로 강등당해 세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2017년부터 다시 1부로 승격한 이후에도 팀 성적은 중하위권을 오르내렸다. 2021년에 이어 바로 직전인 2023년에도 승강 플레이오프만 두 번이나 치르는 위기 끝에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이처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강등권을 걱정하던 팀이 불과 한 시즌 만에 우승 후보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 강원FC 윤정환 감독 |
ⓒ 한국프로축구연맹 |
윤정환 현 강원 감독은 약 1년 전이던 2023년 6월 15일,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최용수 감독의 후임으로 강원의 지휘봉을 잡았다. 윤 감독은 시즌 중반에 부임하여 한때 꼴찌까지 추락했던 팀을 정규리그 10위로 끌어올리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으로 1부리그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윤정환 체제로 치르는 첫 시즌인 2024년 들어 강원은 이상헌, 이기혁, 김강국, 김이석, 양민혁 등 이적생과 신입생들 중심으로 팀을 완전히 개편했다. 이들은 올 시즌 강원 돌풍의 핵심 역할을 해주며 정체된 팀에 새로운 활력소로 떠 올랐다.
윤정환 감독은 아시아 여러 클럽에서 풍부한 지도자 경험을 가졌지만, 성공한 경력의 대부분은 J리그 사간 도스와 세레소 오사카 등 일본 시절이었다. K리그에서는 명성에 비해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화끈한 '공격축구'를 앞세워 강원의 돌풍을 주도하며 그동안의 한풀이를 하고 있다. 강원은 올 시즌 51골로 리그 팀 최다득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실점도 40골로 꼴찌 전북(49골)에 오를 만큼 극단적인 다득점 축구를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사실상 3부리거에 불과하던 이상헌이 10골 6도움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으며, 고교생 윙어 양민혁도 8골 5도움으로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돌파했다.
또 강원은 최근 유럽파 선수를 잇달아 배출하며 '라이징스타'의 산실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에이스로 활약하던 양현준인 스코틀랜드 셀틱 FC로 진출한 데 이어, 올해 양민혁은 손흥민이 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입단(K리그1 시즌 종료 후 내년 1월 합류 예정)을 확정해 축구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최근의 높은 인기와 화제성을 반영하듯, 광주와의 지난 강릉 홈경기는 1만 3170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으며 강원 역대 최다 홈 관중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최근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대비해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둔 홍명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도 이 경기를 직접 관전한 건 현재 강원이 얼마나 핫한 팀인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윤정환 감독은 경기 후 "아직 11경기가 남았다"면서 우승 가능성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강원은 이전에 하지 못한 업적을 써내려 가고 있다. 광주전을 보면서 우리 팀이 힘이 생기고 팀워크가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의 응원도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강원은 이제 더 이상 반짝 돌풍 정도가 아니라 어엿한 우승 후보가 됐다. 내친김에 강원이 2016년의 레스터시티(잉글랜드), 2024년 레버쿠젠(독일)을 잇는 'K리그판 언더독(underdog·이길 가능성이 작은 약자) 반란의 우승 동화'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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