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 연속승리' 백정현, 중요한 순간 최고의 활약

양형석 2024. 8. 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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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8일 NC전 7이닝6피안타5K무실점 승리, 삼성 시리즈 스윕

[양형석 기자]

삼성이 NC를 창단 첫 10연패에 빠트리며 주말 3연전을 쓸어 담았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8일 통합 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1안타를 때리며 5-3으로 승리했다. NC를 10연패에 빠트리며 한 주 동안 열린 6연전을 5승1패로 마무리한 삼성은 이날 KIA 타이거즈에 0-4로 패하며 '스윕'을 당한 3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리며 2위 자리를 지켰다(63승2무52패).

삼성은 1회 1사 2, 3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3루 주자 김지찬을 불러들인 강민호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김지찬이 2안타1볼넷3득점, 구자욱이 2안타1볼넷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날 박진만 감독과 삼성 팬들을 가장 기쁘게 했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이날 경기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연속으로 승리를 챙기며 삼성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베테랑 좌완 백정현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 백정현이 1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FA계약 후 부진 시작된 선수들

겨울이 되면 팬들은 구단이 FA시장에서 좋은 투수를 영입해 주길 기대하지만, 사실 구단 입장에서는 FA계약에 상당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 활약은 물론이고 미래 활약 가능 여부까지 잘 판단해 계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거액을 들여 영입한 FA선수가 이적 후 부진할 경우 팬들은 그 선수를 영입하자고 성화를 보냈던 사실은 잊은 체하고 그저 구단의 선수 보는 안목만을 원망한다.

실제로 FA자격을 얻어 팀을 이적했지만 과거 명성과 이전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미치지 못해 팬들을 실망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4 시즌을 앞두고 4년 30억 원의 조건에 KIA에서 LG로 이적한 마무리 투수 진필중은 LG로 이적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에이징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가 시작됐다. 결국 진필중은 LG 이적 후 3년 동안 단 15세이브를 기록한 후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방출됐다.

삼성 시절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며 두 번의 다승왕을 차지했던 배영수(SSG랜더스 2군 투수코치)는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한화에서 활약한 4년 동안 13승22패에 그치며 삼성 시절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배영수는 2018시즌이 끝난 후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고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최고령 세이브를 기록한 후 파란만장했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2시즌을 앞두고 SK 와이번스의 왕조를 이끌었던 마무리 투수이자 국내 최고의 싱커볼 투수인 '여왕벌' 정대현(삼성 수석·투수코치)을 4년 총액 36억 원에 영입했다. 야구팬들은 리그 최고의 잠수함 불펜 투수 정대현을 영입한 롯데의 불펜 고민이 크게 줄어들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롯데는 정대현이 활약했던 마지막 4년(2013~2016년) 동안 한 번도 가을 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잔류 투수 중에서도 FA계약 후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선수들이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LG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한 차우찬은 2021시즌을 앞두고 LG와 2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차우찬은 두 번째 FA계약기간 동안 1군에서 단 5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다. 물론 LG는 옵션 14억 원으로 '안전장치' 걸어뒀지만 차우찬과의 두 번째 계약은 LG에게 실패였던 셈이다.
 삼성은 1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 경기에서 NC 다이노스를 5-3으로 물리쳤다.
ⓒ 삼성 라이온즈
가장 중요한 순간, 최고의 활약

FA계약을 할 때 구단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 2가지는 계약하는 선수의 나이와 얼마나 오랜 기간 꾸준한 활약을 했던 선수인가 하는 점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선수는 긴 FA계약기간 동안 제 역할을 해줄 확률이 적고 FA를 앞두고 반짝 활약했던 선수 역시 FA계약 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백정현은 이 두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선수였다.

지난 2007년 삼성에 입단한 백정현은 오랜 기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하다가 FA를 앞둔 2021년 14승5패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한 후 삼성과 4년 38억 원에 FA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된 백정현은 2022년 4승13패로 크게 부진한 데 이어 작년에도 부상으로 18경기 등판에 그치며 7승5패3.6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에 얻은 '백쇼'(백정현+커쇼)'라는 별명이 무색해지는 활약이었다.

백정현은 올해도 단 2경기 만에 종아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80일 넘게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백정현은 6월 말 재활을 마치고 1군에 복귀했지만, 7월까지 시즌 성적은 7경기에서 2승2패4.33에 불과했다. 이호성과 최채흥 등 원태인과 이승현을 이을 삼성의 5선발 후보들이 차례로 부진하지 않았다면 상위권 경쟁을 하는 삼성에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기도 쉽지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백정현은 8월에 등판한 4경기에서 25이닝8실점(평균자책점2.88)으로 4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지난 7일 한화전 6이닝6실점을 제외하면 백정현의 8월 평균자책점은 0.95로 뚝 떨어진다. 백정현은 18일 NC전에서도 7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지면서 6피안타1사사구5탈삼진으로 NC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즌 6승을 챙겼다.

사실 베테랑 FA투수라는 위치를 고려하면 6월까지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한 백정현의 올 시즌은 이미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하지만 백정현은 순위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는 8월에만 4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를 챙기면서 삼성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 팀이 가장 필요할 때 필요한 위치에서 완벽하게 제 몫을 해주는 투수. 이것이 삼성이 백정현에게 4년 38억 원을 투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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