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통제" vs "도로 규칙 정하는 것" 도마 오른 해리스 경제정책
"끔찍한 아이디어다." "가격 개입이 아니라, 도로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제시한 일부 경제정책을 두고 며칠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바가지 가격 책정을 법으로 단속하겠다는 공약이 '시장 민주주의에 걸맞지 않은 가격 통제', '포퓰리즘 꼼수'라는 비판이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까지 일고 있어서다. 해리스 부통령의 측근들은 즉각 정책을 옹호하며 진화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정책은 이번 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1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처음 '취임 100일 경제구상'으로 공개됐다. 중산층 표심 공략을 위한 서민 감세, 신규 주택 구매자 지원, 주택 공급 확대, 대기업의 식료품 가격 인상 규제 등이 골자다. 이 가운데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가격 인상 규제다. 해리스 부통령은 앞서 "식료품 바가지 가격을 연방 차원에서 금지할 것"이라며 기업에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州) 법무장관에 이들 기업을 수사해 처벌할 권리까지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해 극약 처방에 나서겠다는 의도였으나 이는 즉각 '공산주의적 가격 통제' 논란에 휩싸였다. 당장 공화당 대선 대표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부터 "해리스가 공산주의적 가격 통제를 제안한다"며 "식량 부족, 배급, 굶주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실패한 가격통제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는 설명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제이슨 퍼먼은 뉴욕타임스(NYT)에 "합리적 정책이 아니다"라며 공급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나마 희망은 (이러한 공약이) 결국 대부분 수사에 그친다는 점"이라고 현실화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십년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해온 진보매체 워싱턴포스트(WP)조차도 사설을 통해 "실질적 계획을 제시하기는커녕, 포퓰리스트 꼼수로 시간을 낭비했다"고 꼬집었다.
경제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교수는 CNN에 출연해 대기업 가격 인상과 인플레이션 간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리스가 이 공약을 취소하길 바란다"며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바가지 금지 관련 법률을 연구했던 개빈 로버츠 웨버 주립대 경제학과장 역시 "가격이 높을 때는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게 최고의 정책"이라며 이러한 식료품 가격통제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때 부통령 후보군에 올랐던 민주당 내 해리스 부통령 측근들은 일제히 진화에 나섰다. 앤디 베샤 켄터키 주지사는 18일 CBS에 출연해 "자본주의가 보조 장치 내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수준보다 더 높게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면서 "연방정부가 다른 많은 주처럼 가격 인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해리스가) 말한 것은 무리한 말이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는 NBC에서 해리스의 경제공약이 현명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람들이 발표된 내용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이자 진보적변화캠페인위원회의 공동창업자인 애덤 그린은 "전혀 가격 통제가 아니다"라며 "좋은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도로 규칙을 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바가지 가격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정책이 아직 많은 부분에서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법인세 등 감세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어떠한 접근법을 내놓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야후 파이낸스는 짚었다.
양당 후보자들이 잇달아 선심성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것을 두고 정부 재정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확인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대로 소셜시큐리티 과세를 종료할 경우 1조8000억달러의 재원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기금 자체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책임있는연방재정위원회(CRFB)가 추산한 향후 10년간 정부 재정적자 증가폭도 1조6000억달러로 추산됐다. 이와 함께 CRFB는 해리스 부통령의 각종 세액공제 및 주택 지원금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에도 재정적자가 1조7000억달러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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