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투자·초라한 수익…AI, 자기증명에 직면하다
AI 경쟁적 투자 ‘돈먹는 하마’ 우려
“인간 보완·공생하는 길 찾을 기회”
‘인공지능 거품론’이 번지고 있다. 지난 8월 초 미국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던 빅테크 주가 급락이 도화선이다. 주가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열기는 이어지는 모양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높은 기대와 핵심 기능, 천문학적 개발 비용과 수익 간 괴리로 인한 불안은 커지고 있다.
막대한 투자, 초라한 수익
인공지능 투자 광풍이 불면서 과열된 투자 분위기를 경고하는 기사와 리포트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세상에 쓸모가 없거나 준비되지 않은 것을 과도하게 구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나쁜 결과를 낳는다”며 막대한 비용의 인공지능 기술이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이 전 세계에서 3억 개의 일자리를 자동화하고 향후 10년 동안 세계 경제 생산량을 7% 증가시킬 수 있다며 낙관론을 펼치던 입장에서 급선회한 것이라 파장이 컸다.
인공지능 거품론이 확산하는 이유는 천문학적 개발 비용에 비해 초라한 수익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인공지능 혁명은 이미 동력을 잃고 있다’는 기사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적용 분야가 적어 일하는 방식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슷한 시기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의 연례보고서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4’는 인공지능 훈련에 드는 비용이 2017년부터 2023년 사이에 20만배나 폭등했지만, 개선속도는 현저히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세쿼이아는 주요 빅테크가 인공지능에 투자한 비용은 600억달러에 이르지만, 수익은 40억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빅테크가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모델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크지 않고 적용 분야도 적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학습 부담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부담으로 인해 오히려 ‘생산성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인공지능 거품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군비경쟁에 비견되는 빅테크간 치열한 경쟁도 인공지능 거품론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개인용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처럼 인공지능도 세상을 바꿀 혁신적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못지않게, 한번 밀리면 주도권을 뺏긴다는 공포가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져 왔다. 물론 낙관론자들은 기술이 필요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강조한다. 역사를 바꾼 혁신 기술도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결국 생활을 변화시킨 플랫폼으로 부상한 것처럼 인공지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의 목표와 활용성을 증명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기술의 지향과 쓰임새를 성찰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간에게 유용한 기술 선택 기회
주가 거품에 대한 우려를 넘어 아예 생성형 인공지능 자체가 과대평가되었으며, 잘못된 경로로 가고 있다는 주장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빅테크 간 거대언어모델(LLM)을 향한 규모 확장 경쟁을 강하게 비판해온 개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는 지난 6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더 많은 데이터와 더 큰 모델을 맹목적으로 좇는 것만으로는 거대언어모델이 범용인공지능(AGI)에 이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언어모델은 인간처럼 새로운 상황에 대한 유연성이나 시간·공간·인과관계 같은 기본개념이 없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 못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간 인지를 따라가려면 경로를 바꿔 더 많은 데이터와 딥러닝이 아닌 ‘딥 언더스탠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과대평가와 인간지능에 대한 과소평가가 부를 장기적 위험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골드만삭스 리포트에서 대런 아세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미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한 혁신적 변화는 10년 안에는 매우 제한적이며, 인공지능 기술이 주력하는 자동화는 전체 업무의 5% 정도만 비용효율화할 것이라고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수천 년의 역사를 분석한 저서 ‘권력과 진보’에서 기술혁신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기술의 유형, 사용 방법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열광은 노동자를 대체하는 자동화로 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인간 노동처럼 유연성을 갖추고 사회적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사라질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아세모글루는 기술 발전은 인간 선택의 결과로서,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집착에서 벗어나 기술이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할지를 질문하면서 노동자와 시민에게 유익한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기술이 번영으로 이어진 것은 필연이 아니라 인간을 보완하고 공생하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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