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트럼프 2.0, 환율조사 전방위 확대…평가절하 시 301조 관세 보복"

뉴욕=권해영 2024. 8. 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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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트 윌렘스 전 백악관 NEC 부위원장
통화 평가절하 국가에 301조 적극 활용
中,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안지켜
관세카드로 中 이행 강제할 것
생산지 무관 中 전기차에 관세
IRA FEOC 준용·원산지 규정 손볼 듯
韓 플랫폼법 입법 시도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한다면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한 국가들에 대한 무역확장법 301조 조사를 공격적으로 추진해 관세를 부과할 겁니다".

클리트 윌렘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철강 232조 협상 등을 담당한 손꼽히는 국제 통상 전문가다. 현재 워싱턴 D.C. 소재 로펌 아킨 검프 변호사로 있으며 공화당 네트워크가 탄탄해 트럼프 2기 출범 시 행정부 기용이 예상되는 핵심 인사다.

클리트 윌렘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말 베트남을 상대로 환율조작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조치를 취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중단했다"며 "트럼프 2기 출범 시 이 조치가 재개되고, 다른 국가의 환율조작행위에 대한 조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평가된 달러를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에 환율 조정을 주요 정책 수단으로 보고,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보복 권한을 담은 무역확장법 301조를 적극 활용할 것이란 게 윌렘스 전 부위원장의 관측이다. 미국은 이 조항에 근거해 보복관세를 때릴 수 있는데,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0%로 상향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마음만 먹으면 초고율 관세 부과도 가능하다. 미국이 지난 1985년 일본, 독일 등 각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낮춘 '제2의 플라자 합의'가 나올 수 있는 셈이다.

한국 역시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하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해 트럼프 2.0 출범 시 원화 가치 절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한국이 최우선순위는 아니지만 통화가치 절하와 관련해 한국을 상대로 무역확장법 301조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된 모든 국가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2.0 통상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철저한 상호무역 정책에 기반한 매우 공격적인 관세 인상 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10~20% 적용, 대중 관세 일괄 60% 적용을 예고한 상태다.

그는 "트럼프 2기의 통상 의제에는 미국의 관세를 무역 상대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관세 인상이 포함될 것"이라며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로부터 보다 호혜적인 대우를 받기 위해 관세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의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한 협상과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다변화도 통상 정책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2.0이 현실화할 경우 주요 타깃은 이번에도 중국이 될 것이란 점 또한 분명히 했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합의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와 관련 중국의 이행을 포기했다"며 "트럼프 2기는 중국이 이 합의를 완전히 이행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2.0 출범 시 중국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관세 카드를 적극 활용할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중국의 멕시코 우회수출에 대한 봉쇄도 강화할 것으로 봤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중국은 멕시코와 같은 제3국에 전기차 투자 등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관세를 내지 않고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트럼프 2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장소에 관계없이 중국 기업이 생산한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중국 기업 여부 판단과 관련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해외우려기관(FEOC)과 같은 규정이 준용될 수 있다"며 "자동차와 관련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의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의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생산지' 기반이 아닌 '국적' 기반으로 대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원산지 규정을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한 IRA FEOC 유사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도 예상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사를 FEOC로 규정하고, FEOC가 생산한 전기차에는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는다. 중국 자본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하면 멕시코 등 제3국에서 전기차 등을 생산해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트럼프 2기는 세금 인하, 규제 감축에 이어 미국의 에너지 탐사를 확대하고 정부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며 "이 모든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에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환영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2.0에서는 미국 수출 확대 및 미국 기업을 위한 추가 압박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국내외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 규제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에 대한 정부의 입법 추진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한국 국회는 미국 기술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플랫폼법과 같은 차별적 정책을 도입해선 안 된다"며 "트럼프 2기는 이런 제한적인 조치를 부정적으로 보고 무역확장법 301조 관세와 같은 보복 조치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은 미국 수출과 미국 기업에 더 호의적인 여건을 갖추기 위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았다"며 "이런 불필요한 긴장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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