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뛰고 부동산 양극화는 심화…수도권 편중 8·8대책 ‘한계’
공급절벽 우려↑…그린벨트 해제 등 중장기 대책, 실효성 떨어져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일로…파격적 지원방안 마련돼야
정부의 8·8대책 발표에도 시장 과열 분위기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서울·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이 계속되면서 지방과의 양극화는 더 짙어지는 모습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부분의 주택공급 방안이 중장기 공급대책인 데다 침체한 지방 부동산시장을 살리는 방안은 여전히 빠져 있어 실질적인 주택시장 정상화를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단 평가가 나온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 대비 0.32% 올랐다. 21주 연속 상승세다.
통상 여름 비수기인 데다 정부가 최근 8·8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 오름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외려 상승폭은 더 커졌다. 지난 2018년 9월 2주(0.45%) 이후 약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인천(0.10%→0.16%)과 경기(0.11%→0.10%)의 오름세도 계속되면서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방은 같은 기간 0.02% 떨어졌다. 특히 미분양 물량이 집중된 대구(-0.11%), 제주(-0.06%), 광주(-0.05%), 부산(-0.03%)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집값이 오르고 수도권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8·8대책에서 다양한 공급 촉진 방안을 내놨다.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수도권 신규택지 발굴을 통해 8만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단 계획이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앞당기고 재건축·재개발 인허가를 단축하는 등 절차 간소화를 통해 사업 속도를 제고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대책이 시행되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가시화할 공급절벽 우려를 해소하긴 현실성이 떨어진단 점이다.
그린벨트 해제 및 신규택지 발굴을 통해 실질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지려면 최장 10년가량 내다봐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 제고 방안 역시 최근 자잿값·인건비 급등, 건설경기 위축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단기 공급 확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서울 등 수도권 일대 공급절벽 우려가 커지는 동시에 지방의 미분양 해소 문제 역시 심화하고 있어 지방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한 추가 대책도 마련됐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대책에는 PF 대출 보증 35조원을 공급하고 CR리츠 활성화를 통한 지방 미분양 해소 방안이 담겼는데, 앞서 1·10대책에 담긴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지방 미분양 물량은 6월 말 기준 전국 7만4037가구다. 준공 후 미분양은 1만4865가구로 11개월째 증가세다. 이중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8986가구로 전체 물량의 80%를 차지한다. 준공후 미분양 역시 1만1965가구로 80% 정도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방의 미분양주택 취득자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세 한시적 감면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건의서를 최근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정책을 이원화하고 지방에 맞는 정책이 따로 마련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 요구했다. 나아가 지방 종합부동산정책 입안에 나선단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공급 효과를 거두기 힘든 데다 지방을 외면한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방은 공급과잉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수도권에 다시 집중적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임은 이해하지만, 지역 양극화와 주택가격 및 자산가치 격차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공급계획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지방 부동산경기 정상화를 위한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중심의 공급 대책은 현재의 수요 쏠림현상을 더 가속화할 뿐이다. 지방과의 격차만 더 벌어지게 할 것”이라며 “서울이 살아야 지방도 살아난다지만, 시장 양극화가 나날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침체한 지방 부동산 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도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수도권이 살아나더라도 지방까지 그 온기가 확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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