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명품백에 가려진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의혹, 심상찮다
[이충재 기자]
▲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2022년 9월 모습 |
ⓒ 권우성 |
감사원이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 의혹에 대한 감사기간을 뚜렷한 이유없이 7번째 연장한 것은 사실상 감사 포기 선언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과정에서 직권남용, 특혜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국민감사의 경우 60일 이내 종결이 원칙인데도, 감사원은 감사 기간을 계속 연장해 감사 착수 20개월이 되도록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원 주변에선 감사원이 대통령실 관련 부서와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감사원의 직무유기
'최재해 원장-유병호 감사위원 체제'의 감사원이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감사원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관련 의혹은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지금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전 비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초 공언한 496억원보다 훨씬 늘어난 639억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불투명한 명목의 비용이 계속 추가될 것으로 보여 전체 이전 비용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대부분이 비용은 본예산이 아닌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는 예비비로 편성해 꼼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기존 청와대에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점도 논란입니다. 청와대 주요 시설 리모델링 등 관리와 운영 등에 편성된 예산은 올해까지 모두 871억원입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소요된 비용보다 훨씬 많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예산 먹는 하마'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영빈관과 상춘재는 지금도 해외 정상 등의 귀빈을 맞거나 국가 주요 행사가 있을 때 만찬 장소로 자주 활용됩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보다 청와대를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비효율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용산 집무실 이전은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에도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지난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북한 오물풍선 3개가 발견된 건 대통령실 주변의 방공망이 완전히 뚫렸음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연이어 대형풍선을 띄우고 있지만 이를 눈으로 목격하고도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재작년엔 북한의 무인기가 대통령 집무실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까지 침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우려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때부터 제기된 것으로, 자연 방어물이 없는 용산에선 군의 대공 방어무기가 무용지물이라는 게 안보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는 한남동 관저 공사 과정에서의 불법과 특혜 의혹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업체가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던 곳으로 무자격 업체라는 점이 특혜 시비를 낳고 있습니다. 또한 당초 계획에 없던 관저 증축 공사가 실시된 과정도 불투명한데다 공사를 맡은 업체에 대한 자격 논란도 거셉니다. 업체 선정 등 전반적인 과정에 김 여사가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은 졸속으로 이뤄졌습니다. 윤 대통령 당선 열흘 만에 이전 지역을 결정했고, 그 뒤 50일 만에 수리와 이사를 마쳤습니다. 윤 대통령이 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겼는지에 대해선 아무 것도 규명된 바가 없습니다. 이를 밝혀야 할 감사원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어 윤 대통령 퇴임 때까지 미룰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날림 결정과 집행으로 기록될 용산 이전의 의혹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선 특검밖엔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