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여학생 외모 품평 징계 교사…대법원 “취소하라”
대학생 시절 여학생의 외모 품평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 임용 후 징계를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대법원 판단 끝에 징계를 취소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는 교사인 A씨가 서울교육감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3월 B교대 2학년 시절 한 축구 소모임의 연례행사인 이른바 ‘남자 대면식’에서 신입생 외모 평가가 담긴 ‘2016년도 신입생 소개 자료’를 만들어 공유했다. 남자 재학생·졸업생만 모이는 이 행사는 졸업생이 재학생에게 마음에 드는 신입생을 밝히게 하는 ‘교통정리’라는 관례가 있었다. A씨가 만든 자료엔 여학생의 이름·나이 및 소개 문구가 적혔다. 술을 잘 먹는 학생에게 ‘알콜왕’, 공룡을 닮은 학생에 ‘공룡상’ 등을 기재했다.
이런 관행은 A씨 졸업 후인 2019년 학내 대자보를 통해 폭로되며 처음 알려졌다. B교대는 같은 해 9월 재학생 21명을 유기정학 등으로 징계하고 A씨 등 졸업생 24명 명단을 교육청에 통보했다. 당시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상태였던 A씨는 이듬해 3월 1일 임용됐다. 교육청은 바로 다음 날부터 징계 절차를 밟았고, 같은 해 11월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가 “대학생 때 일로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2022년 10월 1심 법원은 “공무원이 되기 전 행위로 징계할 수 없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위 사실이 임용 전에 발생했더라도 교육공무원의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상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78조 1항 3호) 징계가 가능한데 공무원 이전의 일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쟁점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한 성희롱 주체에 교대생도 포함되는지였다. 시효가 3년인 공무원 징계는 인권위법에서 정의한 성희롱 행위가 있었을 경우엔 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해당 조항은 성희롱 주체를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로 규정하기 때문에 교대생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A씨 주장이었다. 이에 1심은 “징계 처분 당시 A씨는 초등학교 교사이므로 학교 종사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올해 2월 2심은 “징계는 비위 행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1심의 오류를 지적하면서도 “시효를 넘지 않았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공공기관 종사자는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관련 맺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도 포함한다”며 “교대생도 공공기관 종사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교대는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특수성 있는 대학교이고, 졸업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교사(2급) 자격 조건을 갖춘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공공기관의 종사자에 해당하려면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업무를 수행할 것이 요구되는데, A씨는 당시 계약상 공공기관으로부터 일정한 역무를 제공받는 사람이었을 뿐”이라며 교대생에게 국가인권위법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단 판단이다. 대법원은 “A씨에겐 3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되고 징계 처분은 2020년 이뤄졌으므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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