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서 먼저 일 시켜보고…'탈스펙' 이력서 받는 기업들 [채용시장 바꾸는 AI]
맞춤 인재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색다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원자의 ‘스펙’에서 벗어나 이른바 ‘일머리’가 있는 신입사원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한솔그룹은 물리적인 공간을 초월한 가상형 인턴십을 도입했다. 최대한 다양한 청년들에게 일경험의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검증된 신입 인재 자원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의 회사인 '한솔 드림버스 컴퍼니'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비대면으로도 실제 인턴 업무를 배우고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온라인 가상공간에 구현해냈다.
메타버스 안 또 다른 한솔그룹의 회사에선 인턴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업무 수행이 실제와 유사하게 이뤄진다. 업무 과제를 주면 현직자인 멘토와 함께 가상공간에 구현된 화상회의, 채팅 등의 업무 협업 툴을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 제출하는 식이다.
비대면 방식 덕분에 한솔그룹은 지난해에 290명, 올해 상반기에만 210명이 참여한 대규모 인턴십을 진행할 수 있었다. 거리 제약도 없다 보니 올해 인턴십에서 비서울권에 거주하는 청년의 비율은 75%에 달했다. 충남 아산에 사는 이수아(24)씨는 “그동안 거주지로 인해 아깝게 인턴 기회를 포기한 적도 많았다”며 “신입사원 공채에서도 직무 경험을 요구하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어서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귀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전승미 인사지원팀 책임은 “우수 수료생의 경우 각 계열사에 이력서를 제공해 채용에 가산점을 주는 인재 풀로도 활용하고 있다”며 “하반기 공채부터 면접 전형에서 가상형 인턴십과 같은 2주간의 일경험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원자들의 직무 역량을 꼼꼼하게 검증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판단의 오류 줄인 ‘탈스펙 이력서’
탈스펙 이력서를 처음 내건 지난해 공채에는 총 3094명이 지원해 15명을 최종 선발했다. 인재성장팀의 박설아(27)씨도 겉으로 드러난 스펙 대신 직무 역량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약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박씨는 IT 기업 NHN의 인사팀에서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외적인 스펙을 안 본다고 해서 지원하는 직무에 부합한 인재라는 점을 더 어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희연 인재영입팀장은 “관행처럼 이력서에 유지해오던 각종 스펙 기입란을 없애고 나니 지원자가 가진 고유한 역량에 더 집중하게 됐다”며 “탈스펙 이력서를 통해 지원자는 불필요한 스펙을 쌓을 필요가 없고 기업 역시 괜히 불필요한 정보들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을 못 보는 판단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교육의봄 전선희 팀장도 “이력서에서 직무에 불필요한 스펙, 실제로는 평가하지 않는 스펙 등을 과감히 제거해야 지원자들이 ‘스펙 쌓기’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자신의 직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며 “지원자가 자신의 직무 강점을 스스로 기획해 이력서를 작성하는 자유 양식 지원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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