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통일 독트린'에 김정은 침묵…군, 확성기 틀어 北주민에 알렸다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을 알렸다. 북한 당국이 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침묵하는 상황에서 군이 북한군과 주민에게 관련 내용을 직접 전달했다.
18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군심리전단이 운영하는 '자유의 소리' 방송은 이날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의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 주요 발언을 전했다. 지난달 19일 북한의 8차 오물풍선 살포 때 제한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동했던 군은 같은 달 21일부터 전면 가동에 돌입한 상태다.
해당 내용을 첫머리에 배치한 뉴스는 “윤 대통령이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통일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를 위해 북한의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신설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 받는 북녘 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전달했다.
'3대 통일 추진 전략'으로 불리는 세 가지 과제도 언급됐다. ▶대한민국 국민이 자유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확고히 가져야 하고 ▶북한 주민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원하도록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며 ▶국제사회와 연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감정적인 수식어를 덧붙이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의 경축사를 발췌한 수준으로 뉴스가 구성됐지만 북한군과 주민을 상대로 군 당국이 직접 통일 구상론을 설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군 안팎에선 김정은 정권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자유에 대한 북한 주민의 열망으로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이 바깥세상과 대한민국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그들의 알권리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스스로의 능력과 매력을 발산하면 북한 주민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8·15 통일 독트린’을 계기로 적극적·다각적인 대북 정보 유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자유의 소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평안북도 의주군의 홍수 피해 현장에서 연설하며 한국식 표현을 사용했다는 뉴스도 방송했다. 김정은이 입에 올린 ‘주민’, ‘어르신’, ‘병약자’, ‘험지’, ‘폄훼하다’, ‘TV’는 모두 한국식 표현으로 북한에선 각각 ‘동지 혹은 인민’, ‘노인이나 늙은이’, ‘허약자’, ‘어렵고 힘든 곳’, ‘비방 또는 비하하다’, ‘텔레비죤’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뉴스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쓰지 말라고 한 대한민국식 표현을 정작 김정은이 연설을 통해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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