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농민이 애국자’ 깃발… ‘전국 최초’ 잇단 개혁 전국적 주목
조합원 농사연금·농민훈장 시행
조합장 공약으로 임원 2연임 제한
59세 이상 조합원엔 생일 선물
‘농민이 애국자입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에 있는 전주농협 본점의 위쪽엔 이 같은 글자가 크게 부착돼 있다. 전주농협은 반세기 넘게 조합원을 받들고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을 해 왔다. 특히 최근 ‘농사연금 지급’ ‘농민훈장 수여’ ‘임원 2연임 제한’ 등 전국 최초의 시책을 잇따라 펼치며 언론 등 전국적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1111개 지역농협 가운데 가장 핫하고 개혁적인 조합으로 꼽히고 있다.
전주농협은 1972년 전주단위농업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이후 본점과 20개 금융지점 규모로 성장했다. 2021년 전북 최초 상호금융 3조원 시대를 여는 등 지역농협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현재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농기계수리센터 2곳, 자재센터 2곳. 주유소 2곳 등을 운영중이다. 전체 조합원은 7235명, 직원은 300명에 이른다.
전주농협은 금융사업 외에도 경제사업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조합원들의 농산물 판로확대를 높이기 위해 2016년 전주시 중화산동에 로컬푸드 1호점을 열었다. 현재 6곳의 로컬푸드를 운영 중이며 이 곳에 출하하는 농민은 930여명이다.
소기동 유통사업본부장은 “로컬푸드와 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323억원으로 전년대비 수익이 6.2% 성장했다”며 “농가는 소득증대,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싸게 구매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전주농협은 2015년 제15대 임인규 조합장이 취임한 이후 많은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2016년 전국 최초로 조합원들에게 ‘농사연금’을 주기 시작했다. 첫해 한 달에 3만원(1년 36만원)을 줬으나 현재는 매달 5만원(1년 60만원)을 입금해 주고 있다. 수혜 대상은 한 해 55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까지 전달한 연금은 모두 217억여원이다. 재원은 모두 순수 이익으로 마련했다.
임 조합장은 농민들이 오랫동안 농업이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퇴직금이 없는 안타까움을 덜어주기 위해 이를 시작했다.
이후 다른 농협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문의가 잇따랐다. 많은 지자체가 이를 본 따 ‘농민공익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전국 농민공익수당은 9000억원 규모로 불었다.
내부 성과도 컸다. 2017년 2조원이었던 상호금융 실적이 4년 뒤 3조원으로 늘었다. 조합원들이 홍보대사로 나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주농협을 적극 알리며 애용자가 크게 늘었다.
전주농협은 2020년부터 농민들에게 훈장을 주고 있다. 첫 해 17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8명의 농민이 멋진 훈장을 목에 걸었다. 훈장증서엔 이렇게 적혔다.
“귀하께서는 농업생산성 증진을 통하여 국민건강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매우 크므로 대한민국 애국장 농민훈장을 수여합니다.”
지난해 11월 전주농협은 또 한번 큰 조명을 받았다. 전주농협은 조합장을 포함한 이사·감사 등 임원과 대의원 임기에서 2연임을 제한하기로 정관을 개정했다. 이번 일도 임 조합장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3선에 도전하면서 “이후 네 번 째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공감을 받았다. 이는 당선만 되면 40년 넘게도 연임이 가능했던 다른 농수축협의 선출직 임기 관련 규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시작한 ‘무병장수 기원사업’도 눈에 띈다. 전주농협은 59세 이상의 조합원에게 생일 선물로 먹거리를 제공하여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박건후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1월 495명의 주인공 집을 담당 직원이 직접 찾아 소고기 미역국 꾸러미를 건넸다”며 “올해 전체 대상은 550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농사연금 시행 후 조합원들 주인의식 커져 뿌듯”
"농민은 국민 건강과 나라를 지켜온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농민들이 잘 사는 나라, 우리 농협이 앞장서 만들겠습니다."
임인규 전주농협 조합장(69·사진)은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농업은 식량안보의 기둥이며, 농민은 그 일등공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북 완주 출신인 임 조합장은 44년 농협맨이자, 농사꾼이다. 1980년 전주농협에 입사해 지도 경제상무까지 지낸 뒤 2011년 명예퇴직 했다. 2015년 조합장 선거에서 '농민이 애국자'를 주창하며 당선한 뒤 3번째 임기를 맡고 있다.
지난 9년간 '농사연금 지급' '농민훈장 수여' '임원 2연임 제한' 등 전국 최초 시책을 잇따라 추진하며 농협 개혁을 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사연금 제도를 시행한 게 가장 뿌듯합니다. 이후 농협에 대한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이 몹시 커졌다고 봅니다."
그는 소속감과 결속력이 강하게 끌어올려졌다고 자평하고 더불어 주위에 선한 영향력이 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 조합장은 앞으로 마트와 주유소 사업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신용사업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 있지만 경제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경제사업 수익을 바탕으로 농약과 비료 등을 조합원들에게 더 싼값에 공급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지금도 벼농사를 짓고 소도 키우고 있는 그는 "최근 우리 농협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모두 조합원과 직원들 덕분"이라며 "남은 기간 농민이 주인 되는 농협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고 3년 뒤 아름다운 퇴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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