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음악과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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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신기하지 않은가.
하나의 음은 홀로 있을 때 단순한 소리에 불과하지만 여러 개의 음이 조화롭게 배치될 때 우리는 그것을 듣고 감정을 느낀다.
음악과 감정의 메커니즘은 생각할수록 기묘하고 경이롭다.
또 피아노나 기타는 반주로서 부수적인 역할을 맡고, 멜로디를 부르는 인간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한 방식의 음악적 위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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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신기하지 않은가. 하나의 음은 홀로 있을 때 단순한 소리에 불과하지만 여러 개의 음이 조화롭게 배치될 때 우리는 그것을 듣고 감정을 느낀다. 소리의 배열과 감정의 발생 사이에 어떤 연결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것일까. 기쁨, 슬픔 혹은 기쁨과 슬픔이라는 단어에 포섭되지 않는 다채롭고 섬세한 결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음악이라는 것은 어째서 눈에 보이지 않고 아무런 언어도 담고 있지 않으면서 의식과 무의식을 이렇게 요동치게 할 수 있는가. 단지 공기의 진동을 고막으로 감각함으로써 발생되는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이라 여길 수 있는가. 음악과 감정의 메커니즘은 생각할수록 기묘하고 경이롭다.
최근 몇 년간은 인간의 목소리가 함유되지 않은 악기 구성을 최소화한 피아노 혹은 바이올린 솔로곡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언어가 없는 음악은 순결하고 명상적으로 들렸다. 무엇보다 음악에 여백이 있는 것이 좋았다.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대개 멜로디와 반주가 구별돼 있고 느슨한 음악도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다. 또 피아노나 기타는 반주로서 부수적인 역할을 맡고, 멜로디를 부르는 인간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한 방식의 음악적 위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은 다시 인간의 목소리라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는 중이다. 새로 입양한 어린 고양이를 재우기 위해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긴 시간에 걸쳐 하나의 멜로디를 부르는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오랜만에 다시 들은 니나 시몬의 목소리에 다시금 매혹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간은 자신의 언어로 노래를 부른다. 그것은 단순한 음의 배치 이상이다. 언어의 역사, 한 사람의 역사, 한 사람의 역사가 있기까지의 한 사회의 역사, 그 모든 것이 한 곡의 노래 안에 담겨 있다. 니나 시몬이 흑인 여성으로서 핍박받은 삶을 목소리에 녹여낸 것처럼. 요즘은 그런 것들을 가늠하고 상상하며, 사람들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노래를 듣는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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