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명만의 리그’로 연임 성공한 이재명 대표의 과제
전당대회 압승에도 저조한 투표율에 흥행도 실패
사당화 멈추고 ‘먹사니즘’ 실천으로 돌파구 삼길
어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새 대표에 선출됐다. 85.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김대중 전 대통령 외엔 전례가 없는 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최고위원 경선도 친명들의 독무대였다. 이재명 대표가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나”라며 대놓고 밀어준 김민석 후보는 1위, “(김건희 여사는) 살인자”란 극언을 한 전현희 후보는 순식간에 2위로 올라서 당선됐다. 반면에 강성 친명을 “명팔이”라 공격한 정봉주 후보는 초반 상위권을 달리다가 막판 탈락했고, “(당의) 확장을 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배격하자”는 영상 축사를 보낸 문재인 전 대통령조차 친명 당원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렸다. 이 와중에 개정된 당헌·당규도 ‘이재명 사당’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재명 대표의 브랜드인 기본소득을 연상시키는 ‘기본사회’를 당 강령에 넣었고, 공천에 이의를 제기하기만 해도 제재할 수 있게 당헌을 개정했다. ‘이재명 유일체제’ 당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 대표가 압승을 즐길 입장도 아니다. 권리당원 투표율(42.18%)이 과반을 넘기지 못하며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보수 강세인 대구·경북의 온라인 투표율(52.24%)이 1위인 반면, 당 텃밭인 호남은 20%대로 하위권에 머무른 게 주목된다. ‘친명 독식’ 일색인 전당대회에 거부감을 품은 전통적인 당 지지층은 등을 돌리고, 소수 강성 지지층만 투표에 열을 올린 정황이 뚜렷하다.
새 국회 80일 동안 민주당은 특검법을 9건, 탄핵안을 7건이나 쏟아냈다. 민생 대신 정권과의 극한대결에 올인하다 지지율은 여당에 뒤지고,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하나 보지 못했다. 이 대표 2기 체제에서도 사사건건 정부 발목을 잡고 탄핵·특검법만 남발한다면 국정은 좌초하고, 당의 수권 가능성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 대표는 본인이 들고나온 ‘먹사니즘’의 정신을 살려 실사구시 정책을 추진하고 민생 법안은 여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출구가 있을 뿐이다. 조기 종영감이던 재방송 전당대회가 유일하게 ‘반짝 관심’을 모았던 게 ‘금투세 재검토’ 논란이었음을 상기해 보라. 탄핵·특검·청문회가 먹사니즘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달라진 시대를 직시하길 바란다.
‘사법리스크’의 절제된 관리도 이 대표 2기의 과제다. 10월에는 위증교사 및 선거법 관련 1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1기 대표 시절에도 그는 당을 본인의 사법리스크 방패로 동원했다는 비난을 받아왔고, 연임 도전도 방탄용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앞으로는 자신에 대한 재판과 수사는 오로지 ‘개인 이재명’ 자격으로 떳떳이 대응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자신과 당을 옥죄 온 ‘방탄 정당’ 굴레에서 벗어나 지방선거·대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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