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의 이코노믹스] 선진 지수 편입 노력하고, 기관투자가가 버팀목 역할해야

2024. 8. 1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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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급락 야기하는 한국 증시의 비대칭적 동조화 막으려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1일과 2일(현지시간) 사이 미국의 S&P500 지수가 3.2%, 나스닥 지수가 4.7% 하락한 뒤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는 지난 2일과 5일, 두 거래일 동안 무려 12% 넘게 폭락했다. 특히 지난 5일엔 코스피 지수가 8.77%, 코스닥 지수가 11.30% 하락하며 패닉 장세가 연출됐다. 미국 증시가 지난 5일(현지시간)에 추가로 3% 넘게 하락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낙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했던 것이 사실이다.

「 미국 증시 오를 때는 영향 미미
급락 시 국내 증시 강하게 동조

한국, 신흥국 카테고리 묶인 탓
하락 시 외인 자금 급격히 이탈

외인 의존, 증시 변동성 줄이게
기관의 ‘역발상 투자’ 전략 필요

미국 주가 하락 원인으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니, 엔 캐리 청산이니 중동 정세 불안, 그리고 빅테크 기업의 영업이익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 등이 제시됐다. 문제는 이러한 우려와 크게 상관없는 우리 증시의 낙폭이 왜 더 컸는가 하는 부분과 특히 미국 주가가 오를 동안 우리나라 주가는 오르지도 않았는데 왜 동조 현상이 벌어졌는지 하는 의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식의 비대칭적 동조화 현상 및 우리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특성에 따른 의제된 동조화 현상, 그리고 국내 기관투자자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미 증시 폭락세 강할수록 더 동조

〈그림 1〉 김영희 디자이너

먼저 미국 증시가 상승 시 우리 증시와 상관성이 떨어지는 데 반해 반대로 하락 시 상관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비대칭적 동조화(asymmetric correlation)’라고 한다. 비대칭적 동조화 현상은 원래 주식시장 전체가 상승 국면에 있을 경우 개별 주식은 문자 그대로 개별적으로 오르거나 혹은 떨어지기도 하는 반면 주식 시장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대부분의 개별 주식이 함께 하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주식시장 전체로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심인 미국 증시가 상승 국면에 있을 경우 다른 국가의 증시와 동조성이 약한 데 반해 미국 증시가 하락 국면에 있을 경우에는 동조성이 강해진다. 특히 미국 증시의 폭락 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동조성이 더 강해진다. 〈그림 1〉에서 보듯 미국의 나스닥 수익률이 양(+)의 값을 가질 때 코스피 추세선의 기울기에 비해 음(-)의 값을 가질 때 기울기가 훨씬 큰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난 5일 한국 증시를 덮친 ‘블랙 먼데이 쇼크’는 두 가지 비대칭적 동조화가 연결된 결과물이다. 먼저 전 거래일인 미국 증시의 폭락에 따른 ‘글로벌 비대칭적 동조화’ 현상으로 코스피 지수가 폭락했고, 지수가 폭락하다 보니 ‘국내의 비대칭적 동조화’로 대부분의 주식이 폭락한 것이다. 실제 이날 국내 증시 상장 종목 중 2559종목이 하락했고 고작 25개 종목만 상승했다.

동조성 키우는 ‘카테고리 투자’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그 원인으로 펀더멘털 측면보다는 투자자의 투자 패턴에 기인한 ‘의제된 상관성(induced comovement)’이라는 현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주식 A와 주식 B의 수익률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두 주식의 현금흐름, 즉 이익이나 배당이 비슷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투자자의 ‘카테고리 투자(categorical investment)’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카테고리 투자란 특정 인덱스나 특정 섹터, 특정 지역 등에 속한 주식들을 한 묶음으로 거래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많은 기관투자자가 반도체 섹터와 같은 섹터별 또는 선진국·신흥국과 같은 국가성장 단계별, 그리고 유럽·동아시아 등 지역별 카테고리로 구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한 묶음으로 거래한다. 이럴 경우 같은 카테고리에 편입된 종목끼리는 상관성이 증가하게 되고, 이를 의제된 상관성이라고 한다.

〈그림 2A〉 김영희 디자이너
〈그림 2B〉김영희 디자이너

의제된 상관성의 결정적 증거는 미 증시와 비트코인 가격 간 상관성이 2020년 중반 이후 급격히 증가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림 2A〉에서 보듯 2020년 중반부터 기관투자자, 그중에서도 주식을 전문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비트코인 투자가 급증했다. 이후 〈그림 2B〉에서 보듯 비트코인 수익률 역시 나스닥과 비대칭적 동조성을 강하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은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에 펀더멘털 측면에서 증시와 동조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단지 주식과 비트코인을 동일한 카테고리로 묶어서 투자하는 투자자가 비트코인 시장에 유입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변동성 부추기는 핫머니성 외인 자금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외국인 자금은 미국의 S&P500 지수나 ‘MSCI 선진국 지수’를 벤치마크로 설정해 가용자금의 상당 부분을 이런 지수에 투자하고 여분을 섹터든 지역이든 카테고리형 지수를 추종하는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따라서 신흥국으로 분류되든지 동아시아로 분류되든지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상대적으로 여분을 투자해 들어온 자금인 만큼 투자 시계가 짧고 따라서 시황에 따라 유출입 되는 핫머니 성격이 강하다. 이로 인해 미 증시가 상승장이라고 반드시 국내에 투자하는 경향이 나타나지는 않는 반면 미 증시가 하락하면 위험도에 따라 처분하다 보니 하락장에서는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한국 주식부터 처분되게 돼 낙폭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하락장에서 우리 증시의 폭락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우리 증시를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선진국 지수는 마지막에 처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 이탈이 덜하며 따라서 우리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가장 강력히 요구되는 사항은 역외 원화현물거래 시장을 24시장 개방하라는 것이다. 현재는 한국 밖에서 원화를 거래할 경우 파생상품인 역외선물환(NDF)으로 거래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편의를 위해 현물시장을 상시 개방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원화가 해외에서 외국인들 간에 거래될 수 있기 때문에 투기 대상으로 전락해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우리 입장에서는 증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환율 변동성을 용인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수출입과 같은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기관 ‘손절매 규정’, 외인 매도에 동조
선진국 지수 편입이 힘든 만큼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대안은 국민연금이나 공적 연기금 풀과 같은 연기금을 비롯해 공제회나 보험사 등 장기 투자를 하는 기관투자가가 패닉 장세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지난 5일처럼 누가 봐도 일시적 패닉 상황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기는커녕 외국인이 1조5000억원을 매도할 때 이에 동조해 2700억원을 매도해서야 되겠는가. 변동성 장세가 출현할 때 외국인과 기관이 같은 방향으로 매매하면서 개인투자자를 반대편에 서게 하는 현상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기관에 부여된 ‘손절매(loss cut) 규정’으로 종목이 일정 이상 하락하면 손절매 물량이 출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기금의 경우 섣불리 나섰다가 이후 증시가 추가 하락해 평가손을 볼 경우 국회나 감사원, 언론 등이 이를 비난하고 문제를 삼는 만큼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 사후적으로 일시적 평가손이 나더라도 지수는 원래 수준을 회복한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런 만큼 일시적 패닉이라고 판단될 경우 기관들이 흔히 ‘컨트라리언(contrarian·역발상) 전략’이라고 부르는 적극적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국 비대칭적 동조화는 우리 증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다. 증시가 외국인에 의존하면 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강해질 뿐이다. 현재로써는 기관투자자가 제 몫을 해줘야 변동성을 줄일 수 있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 컨트라리언 전략(contrarian·역발상) : 컨트라리언 전략은 다른 투자자가 살 때 팔고, 다른 투자자가 팔 때 사는 전략이다. 횡단면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주식을 팔고 많이 빠진 주식을 사며, 시계열적으로는 주가가 많이 오를 때는 보수적으로 투자하고 많이 빠질 때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워런 버핏이 대표적인 컨트라리언 전략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손절매 규정(loss cut): 개별 종목의 수익률이 특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의무적으로 처분해야 하는 규정이다. 개별 종목에 집중투자할 경우 투자자의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 즉 폭락한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실수를 방지하는 데 유익할 수 있으나 지수와 같이 효과적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경우 기계적 손절매 규정은 오히려 수익률에 해가 될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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