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君子居之 何陋之有(군자거지 하루지유)
2024. 8. 19. 00:12
세차를 못 한 차로 손님 마중을 나갔다. 차에 탄 손님이 “차가 참 깨끗하네요.”라고 말한다. 정말 차가 깨끗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차가 깔끔하지 못함을 에두른 말인지 짐작이 안 간다. 나는 말했다. “군자승차 하루지유(君子乘車 何陋之有)?” “이미 군자께서 승차하셨으니 어찌 차에 누추함이 있으리오!”라는 뜻이다. 손님과 함께 껄껄 웃었다.
어느 날, 공자는 조국 노나라가 어지러움을 한탄하며 “변방 아홉 종족의 나라에 가서 살까 보다”라고 했다. 누군가가 응대했다. “누추할 텐데요?” 그러자 공자는 “군자가 사는데 무슨 누추함이 있겠소?”라고 되물었다. ‘군자는 누추한 곳에 사는 것을 괘념치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군자가 거처하게 되었는데 다시 무슨 누추함이 있겠소?’라는 뜻의 반문이다. 공자가 사는 그 날부터 군자인 공자의 덕향(德香)으로 인해 더는 누추한 곳일 수 없다는 자부인 것이다. 나는 공자의 이 말을 빌려 “이미 군자께서 승차하셨으니 어찌 차에 누추함이 있으리오”라고 말함으로써 손님을 군자로 치켜세움과 동시에 내 차의 청결하지 못함도 변명한 것이다. 그러고선 말을 알아들은 손님과 함께 껄껄댄 것이다.
군자거지, 하루지유! 군자가 사는 곳이 곧 낙원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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