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유니크한 문화유산 한국의 음식문화
두 살 된 딸을 목말 태우고 식구들 보러 한국에 온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부모님과 다양한 식사 일정을 함께하면서, 우리나라의 식생활 문화가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느꼈다.
한국인들은 음식을 정말 사랑한다. “밥 먹었니” “밥 한번 먹자” 등의 인사말부터 ‘먹방’의 개념이 탄생하기까지, 식생활 중심의 문화가 이만큼 발달한 나라도 찾기 힘들다. 우리 조상들이 제천행사 때 전국에서 모여 연일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는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기록을 보아도 알 수 있듯, 농경사회의 대가족 사회 구조는 식생활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고조선 커뮤니티의 핵은 음식이었다. 음식이 인간관계를 엮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한국계 미국 작가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가 우리 마음에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바로 음식이란 매개체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양의 음식문화는 식탐을 칠죄 중의 하나로 꼽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었다. 물론 그 사상적인 토대는 고대 그리스 철학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스토아학파가 대표적이다. 고기는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때만 먹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식생활은 음식보다는 음주의 문화로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심포지온은 저녁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밤새 행하는 술 파티일 뿐이다. 스토아학파의 금욕주의 사상에 근본적인 토대를 제공한 플라톤은 대화편 ‘향연’에서 심포지온을 미와 에로스의 개념을 논하는 지적인 활동으로 승화시킨다. 헬레니즘 시대에 접어들어 교역이 활발해지고 부유한 왕실 문화가 발달하면서 스파르타식 도덕이 전반적으로 퇴보했고, 로마제국의 음식문화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여타 문명과 비교가 되지 않는 유니크한 문화유산이다. 한국 음식의 핵인 된장·고추장·간장 등 장이 특히 그렇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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