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맞히고 힘 세고 빠르고…김도영, 하고 싶은 거 다 해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의 이름을 빼놓고 올해 프로야구를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프로 3년째를 맞이한 그가 마침내 KBO리그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김도영은 지난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터트려 역대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틀 뒤인 지난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비거리 135m짜리 초대형 만루홈런을 터트리면서 팀의 14-4 대승을 이끌었다.
17일까지 김도영의 성적은 타율 4위(0.344)·홈런 공동 2위(31개)·타점 공동 5위(89타점)·도루 5위(34개)·득점 1위(111점)·안타 공동 3위(151개)·출루율 4위(0.416)·장타율 1위(0.640)다. KBO가 공식 시상하는 타격 8개 부문에서 모두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잘 치거나 힘이 좋거나 발이 빠른 선수는 KBO리그 역사에 여러 명 있었지만, 셋 다 한꺼번에 잘하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올해 김도영이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역대 야수 최연소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도 사실상 예약한 거나 다름없다.
김도영의 활약은 프로 데뷔 전부터 예견됐다. 광주동성고 재학 시절 전국 고교야구 내야수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천재 유격수’로 통했다. KIA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해서 일찌감치 ‘제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콘택트 능력과 장타력, 빠른 발, 수비력은 물론이고 강한 어깨와 타고난 야구 센스까지 두루 갖춰 “단점을 찾기 어렵다”는 극찬을 받았다. 결국 KIA는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시속 150㎞ 중반대 강속구를 던지던 광주 진흥고 투수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포기하고 김도영을 1차 지명했다.
출발도 화려했다. 김도영은 2022시즌 개막 전 시범경기에서 전 구단 타자 중 유일하게 4할대 타율(0.432)을 기록했다. 고졸 신인 야수가 첫 시즌 시범경기 타율 1위에 오른 건 김도영이 처음이었다.
다만 시범경기의 맹활약이 정규시즌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KIA 고졸 신인 야수 최초로 개막전부터 1번 타자로 기용됐지만, 이후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했다. 부상 악재까지 겹치면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두 번째 시즌인 지난해에도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발가락을 다쳐 6월에야 팀에 합류했다. 그래도 타율 0.303에 홈런 7개·47타점·25도루를 기록하면서 첫 시즌보다 월등히 좋은 성적을 냈다.
■ 김도영
「 생년월일 2003년 10월 2일
포지션 내야수(우투우타)
키·체중 1m83㎝·85㎏
출신교 광주대성초-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
프로 입단 2022년 KIA 1차지명
입단 계약금 4억원
2024년 연봉 1억원
2024년 성적 (17일까지)
74경기 타율 0.344(439타수 151안타) 31홈런
89타점 111득점 34도루 출루율 0.416 장타율 0.640
」
프로 3년 차가 된 2024년, 김도영은 마침내 폭발했다. 4월 첫 경기였던 2일 KT 위즈전(3안타)을 기점으로 무서운 질주를 시작했다. 역대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 기록을 세우면서 KBO 4월 MVP를 수상했다. 2022년 3개, 2023년 7개의 홈런을 때렸던 김도영이 4월 21경기 만에 홈런 10개를 몰아치자 야구계는 깨어난 천재 타자의 비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김도영은 당시 “나는 관심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요즘 야구가 잘돼 매일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도영은 멈추지 않았다. 6월 23일 한화와의 광주 더블헤더 1차전에서 메이저리그 11년 경력의 베테랑 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시즌 20호 홈런을 쳤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올 시즌 10개 구단 타자 중 가장 먼저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그 후 53일 뒤엔 역대 9번째 30홈런-30도루까지 해냈다. 국내 타자로는 2000년의 박재홍 이후 24년 만이다. 20세 10개월 13일에 기록을 달성해 박재홍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최연소 기록(22세 11개월 27일)을 2년 넘게 앞당겼다. 또 111경기 만에 홈런과 도루 30개를 모두 채워 2015년 에릭 테임즈가 남긴 종전 최소 경기(112경기) 기록도 갈아치웠다.
그래도 김도영은 활짝 웃지 않았다. 이미 ‘과거’ 된 자신의 기록보다 7년 만의 통합 우승을 노리는 팀의 목표에 더 집중했다. 홈런 9개와 도루 6개가 남아 있는 40홈런-40도루 기록도 “마음에 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라고 했다.
광주를 넘어 전국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는 걸 느낀다.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며 “중요한 경기가 많이 남았다. 계속 가볍게 치고 많이 출루하면서 투수들을 괴롭히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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