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서는 멜론, 태백서는 사과…과일 재배지도 바뀐다

오삼권 2024. 8.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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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에 달라진 과일산지


지난 13일 강원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 마을. 군사분계선에서 5㎞ 떨어진 이곳에선 지난해부터 3개 농가가 신품종 멜론 러시멜로를 재배하고 있다. 660㎡(약 200평) 크기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니 뜨거운 공기가 훅 뿜어져 나왔다. 비닐하우스 안 온도계는 35℃를 가리키고 있었다. 성인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이까지 줄기가 자란 멜론은 1주(株)에 1개씩 총 1000개가 자라고 있었다. 윤종천 철원 러시멜로 생산자 연합회장은 “한동안 열대야가 이어져 멜론이 잘 자랄지 걱정이 많았는데 그물망 무늬가 예쁘게 나타날 정도로 잘 자랐다”며 “당도가 높고 향이 좋아 직접 먹어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철원군은 지난해부터 러시멜로 재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엔 3개 농가를 사업 대상자로 선정했고 올해엔 7개 농가를 추가로 선정해 총 10개 농가에서 러시멜로를 재배한다. 러시멜로는 국내에서 개발한 신품종 멜론으로 당도가 높고 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일반 멜론보다 크기는 작지만 껍질이 얇아 버리는 부분이 적다. 농가 입장에선 생육 기간이 짧아 이모작이 가능하고 병해충에 강해 재배에 유리하다. 김미경 철원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러시멜로는 일반 머스크멜론과 비교했을 때 당도와 식감이 월등히 우수하다”며 “러시멜로가 철원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철원에서 고온성 작물인 멜론을 재배하기 시작한 건 최근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의 연평균 기온은 12.1℃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여름철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7~2.1℃ 높아졌다. 전북 고창, 충북 진천, 경북 고령 등지에서 재배하던 멜론을 철원·화천·춘천에서도 재배하기 시작했다. 멜론은 낮 기온 28~30℃, 밤 기온 18~20℃에서 잘 자란다.

최근 여름철 이상 고온으로 열대야가 이어지자 강원도가 과일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과일 생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청송·영주·의성 등 경상북도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던 사과는 최근 태백에서 재배되고 있다. 태백농협농산물유통가공사업소에 따르면 태백 사과 출하량은 2021년 22t에서 지난해 75t으로 3배 넘게 늘었다. 한 청과물 유통 업계 관계자는 “평균 기온이 높아진 것보다 열대야 때문에 일교차가 줄어든 게 더 큰 문제”라며 “낮에 덥더라도 밤엔 온도가 내려가는 강원도가 상대적으로 과일 재배에 더 적합해지고 있다”고 했다.

유통업계는 과일 산지를 다양화해 해마다 급변하는 가격·품질 문제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추석 선물 세트로 철원 멜론, 태백 사과 등 강원도 산지 과일을 출시해 남부지역에 집중됐던 과일 산지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봉화·진안·영양 등 평균 해발 300m 이상 고지대를 중심으로 수박 산지를 다양화한 ‘산(山) 수박’을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추석 선물용으로 ‘백두대간 사과 세트’ ‘무진장사과나주배 세트’ 등을 판매한다.

이정원 롯데백화점 청과담당 치프바이어는 “봄철 냉해와 여름철 폭염·장마 등 기후 영향으로 산지 작황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석을 맞아 고품질 과일을 선보이고 이상 기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산지와 품종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원=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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