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역사 공세’에…대통령 “왜 이러시나 이해 안 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입문’ 멘토로 불렸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윤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회장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겨냥해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고 공격하고, “윤 정부가 ‘1948년 건국론’을 조장한다”는 취지로 비판하자 야당도 비슷한 논리로 협공하는 모양새다.
파열음이 커지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고, 추진할 일도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이 회장에게 전달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결국 광복회 역사상 처음으로 8·15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왜 이러시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윤 대통령이 평소 이 회장을 ‘아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 대광초와 서울대 법대를 함께 다닌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다. 이 교수의 부인은 지영미 현 질병관리청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 전 이 회장과 이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고, 당선 직후 식사도 대접했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오랜 인연을 충돌의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 YTN 라디오에서 “김 관장 임명을 반대하는 서신을 (윤 대통령에게) 세 차례나 보냈다”며 “그런데 딱 전자결재로 (김 관장) 발령을 내더라. 모욕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여전히 윤 대통령을 아들 친구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와 이 회장의 ‘역사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국가보훈부가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하자 “친일 문구 삭제를 원상 복구하라”는 성명을 냈고, 이승만기념관 추진에 대해선 “신격화 괴물기념관 반대”라며 각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독립유공자 후손 오찬에 참석한 이 회장에게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인) 김황식 전 총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특별히 당부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팔 걷어붙이고 돕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갈등은 김 관장 임명을 계기로 재점화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이 회장이 추천한 인사가 탈락했기 때문”이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회가 별도로 주관한 경축식에서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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